[사설] 2년 전으로 돌아가는 북핵… 정부는 뭘 하고 있나

입력 2019-12-09 04:01
북·미 긴장 고조되는데 존재감 미미한 ‘중재자’ 한국…
철저한 상황관리 속에서 정책 선회 가능성도 대비해야


북핵 시계가 2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북한의 도발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미국과의 말싸움도 한층 거칠어졌다. 북한은 동창리 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시간을 단축하는 고체연료 테스트일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 협상의 전제조건인 핵과 ICBM 동결을 깨버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 연말로 설정한 협상시한이 다가오면서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는 협상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며 미국이 대화를 대선용으로만 여긴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북·미 간에 ‘로켓맨’과 ‘늙다리’라는 비하 용어가 다시 등장하고 ‘군사행동’을 입에 담는 모습은 2017년 하반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반도에 전쟁 공포가 드리워졌던 그때와 흡사하게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핵화가 지난한 여정임을 감안해도 지난 반 년간 한국 정부의 존재감은 너무 미미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다져온 중재자 또는 촉진자의 기반은 어디로 갔나 싶다.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 북한은 남북 대화에 담을 쌓았고 기존에 합의한 사안마저 차례로 무력화시켰다. 북·미 대화에서 빠지라고 노골적으로 주문하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금강산 시설의 일방적 철거를 선언하면서 이를 위한 대화 제안마저 거부했다. 이 모든 행동을 그들이 늘 써먹던 압박전술로 여기며 이해하려 해 왔지만, 남북 정상회담에서 영구 폐쇄를 약속했던 동창리 시설까지 재가동한 마당에 더이상 보아 넘기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정부 기조는 북·미 대화를 통한 비핵화를 남북 관계로 견인한다는 것이었다. 북·미 대화도 남북 관계도 벽에 부닥친 지금, 중재자 역할 역시 한계에 봉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인 듯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신년사와 함께 협상테이블로 나온 지 2년 만에 정부의 북핵 외교는 기조부터 흔들리는 상황을 맞았다.

이제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할 분기점에 왔다. 철저한 상황관리로 극단적 사태의 조짐을 차단하면서 비핵화와 평화협력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상황, 핵 포기를 끝내 거부하는 상황에 대비한 ‘플랜 B’도 다듬어야 한다.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정부로선 원치 않는 일일 테지만 그런 가능성을 닫아둘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