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전인 1587년 42세 때 조산보(현재 함경북도 나선시) 만호 겸 녹둔도 둔전관으로 부임했다. 장군은 명·청 교체기를 맞아 세력이 강성해진 여진족의 침략으로부터 백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부임 첫해 녹둔도 전투에서 크게 승리했다.
나선시에는 1882년 지방관이 건립한 이순신 공적비인 ‘승전대비’와 이순신 사령부가 있던 조산진성이 현존하고 있다. 옛 녹둔도 지역에는 녹둔도 전투 현장인 녹둔토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동국여지승람’ ‘고종실록’ 등 여러 고문서에 기록돼 있다.
녹둔도는 조선 세종때 6진 개척(경흥)으로 조선 영토로 편입됐으나 두만강 퇴적작용으로 러시아 연해주에 연결돼 육지화됐다. 1860년 청·러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와 함께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
서울시가 (사)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지원해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 ‘나선-녹둔도’ 북방유적에 대한 남북 동시 발굴에 나선다. 내년 3월부터 발굴조사에 본격 착수한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남북 문화유적지 공동발굴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남측 민간단체다. 북측에선 우리의 문화재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민족유산보호지도국’이, 러시아 측에선 극동연방대학, 공공기관인 러시아군사역사협회가 각각 참여한다.
서울시는 발굴 준비단계로 남·북·러가 참여하는 사전조사와 현장답사, 국제학술회의를 마쳤다고 8일 밝혔다. 남북 상황에 따라 ‘한러분과’와 ‘북러분과’로 각각 구분해 진행됐다.
‘나선-녹둔도 이순신 장군 유적 조사 국제학술회의’는 지난 1일과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개최됐다. 회의에선 이순신 북방유적 조사가 성웅 이순신의 알려지지 않은 일대기를 조명하는 뜻 깊은 사업인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 시 ‘경협 재개 1호 사업’으로 꼽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배후 문화인프라 조성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현장답사는 분과별로 지난 2~4일 실시됐다. 각각 ‘아국여지도’(고종때 연해주 지역 조선인 실태를 조사해 작성한 지도)를 들고 조선인 부락 흔적을 찾는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금까지 미확인 상태였던 아국여지도상의 조선인 마을 흔적을 다수 확인했다. 이는 이순신 당시의 녹둔도 조선인 거주 형태와 비교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학술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내년 발굴 결과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정부, 러시아 등과 적극 협의해 나선-녹둔도의 이순신 장군 북방 유적을 역사문화 유적지로 보존, 관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