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꿈’꾸던 부산·울산·광주의 ‘넘버2’ 위기일발

입력 2019-12-09 04:05

부산·울산·광주의 부시장(1급 공무원)이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렸다. 공무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해온 ‘2인자’들이 청와대의 감찰무마 의혹과 하명사건 논란, 민간공원 특례사업 등 대형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얽혀 봉변을 치르고 있다.

그동안 직선 단체장의 권위와 위계질서에 눌려 ‘그림자’처럼 지내던 행정·경제 부시장이 자의반 타의반 ‘정국(政局) 뇌관’으로 떠올랐다. 정치인들이 정무부시장 경력을 쌓은 뒤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일이 잦아 ‘여의도 징검다리’라는 비난을 받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유재수(사진 왼쪽)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직 장시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편의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청와대의 특별감찰 무마 의혹이 잇따르면서 수사가 확대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건드리기 힘든 ‘정권실세’였다는 그에 대한 수사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천경득 청와대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소환조사 등 정권 심장부로 확대되고 있다.

송병기(가운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송철호 울산시장과 얼마 전까지 ‘송송커플’로 불리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최초 제보’한 핵심 당사자로 등장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송 부시장의 자택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7일까지 이틀간 송 부시장을 불러 조사했다.

정종제(오른쪽) 광주시 행정부시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 추진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와 함께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법으로 더불어민주당 당원을 모집한 정황이 드러났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 돌렸지만 백척간두의 처지는 여전하다. 올해 말 퇴임 이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던 정 부시장은 풍전등화 신세로 검찰의 영장 재청구 등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부시장 등 부단체장(부기관장) 직제는 5·16 군사쿠데타 직후 폐지됐다 1963년 전격 부활됐다.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제 도입과 함께 직업 공무원 선망의 대상이 됐다.

단체장 구속이나 궐석일 때 ‘직무대리’ ‘권한대행’으로서 단체장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민선 7기 들어 ‘균형발전 부시장’ ‘문화경제부시장’ ‘연정부지사’ 등 정무부시장 직함을 떼고 지역특색에 맞춰 부단체장을 임용하고 있다.

광주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방행정 전문화를 위해 부단체장 역할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는 단체장 의지에 따라 업무배분과 기능이 오락가락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