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95% “퇴사 고민 경험”… 자녀 초등학교 입학 때 ‘최대 위기’

입력 2019-12-09 04:05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10월 개봉하자마자 ‘워킹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출산 후 재취업을 꿈꾸지만 산후우울증, 경력 단절로 괴로워하는 주인공 모습에 워킹맘의 고민이 잘 녹아 있어서다. 그런 김씨를 돕고 위로할 수 있는 건 친 어머니와 남편뿐이었다.

현실도 다르지 않다. 가족 도움 없이는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워킹맘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가장 큰 위기의 시기였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8일 ‘2019 한국 워킹맘 보고서’를 발표하고 “워킹맘의 95%가 퇴사를 고민한 경험이 있고, 90.8%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균형(워라밸)을 위해 배우자 지원·이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 8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고등학생 이하의 자녀를 둔 워킹맘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워킹맘은 가족 도움 없이는 ‘경력 단절’을 감수해야 했다. ‘임신했을 당시’ ‘출산을 앞두고’ ‘어린이집·유치원에 자녀를 보냈을 당시’에 이직·퇴사를 고민했지만, 가족과 부모 도움 덕에 회사를 계속 다녔다는 응답 비중은 각각 65.4%, 61.4%, 56.4%에 이르렀다.

가장 큰 위기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였다. 막내 자녀가 초등학생인 워킹맘 가운데 50.5%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려고 했다. 막내 자녀가 중·고등학생인 워킹맘의 39.8%도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퇴직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고민이 깊다. 막내 자녀가 영유아·미취학아동인 경우 자녀문제로 이직·퇴사를 고민한 워킹맘은 39.9%, 초등학생인 경우는 38.2%, 중·고등학생인 경우 26.4%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자녀의 건강을 챙기지 못하거나, 자녀와의 관계가 나빠질 때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답했다.

워킹맘의 94.3%는 자녀를 위해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37.1%는 ‘자녀 대학등록금이나 어학연수,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돈을 모은다고 응답했다. ‘종자돈을 마련해주기 위해서’(18.7%)가 뒤를 이었다.

워킹맘의 ‘희생’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워킹맘의 하루 평균 여유시간은 1시간51분으로 전업맘(3시간50분)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에 자녀와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빠졌다. 자녀 관계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워킹맘 비중은 막내 자녀가 영유아·미취학아동인 경우 79.9%였지만, 중·고등학생인 경우 75.6%로 줄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