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62)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장애인들이 사는 곳에서 언제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대한장애인체육회장실에서 국민일보 창간기념 및 송년 인터뷰를 갖고 “언론의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정부, 재벌의 힘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임하고 3년 차를 맞았다. 어떤 성과를 이뤘는가.
“운이 좋았다. 평창(동계패럴림픽)이나 인도네시아(파라아시안게임) 대회 성과들은 지난 회장들이 이뤄놓은 것 위에 성과를 쌓은 면도 있다. 내가 선수(역도) 출신이고 실무자 출신이니 체육회, 경기단체 직원들도 협조해줬다. 기쁜 마음으로 일했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인가.
“평창 패럴림픽이다. 우리는 동계 스포츠에서 강하지 않아 고민이 적지 않았다. 금메달을 포함해 종합 16위라는 성적을 냈다.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사회의 낮은 인식을 해소한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국민은 장애인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고 열광해 주셨다. 큰 힘이 됐다.”
-남은 1년의 임기에서 무엇을 역점에 두겠는가.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다. 생활밀착형 장애인 체육시설인 반다비체육센터를 확대해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곳 어디에서든 생활체육을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25년까지 전국 150곳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도자를 현재 577명에서 내년에 1200명까지 늘릴 방침이다. 영세 장애인들이 더 안정적으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바우처(상품권) 사업도 활성화하겠다.”
-은퇴 후 진로 문제를 고민하는 장애인 선수가 많다.
“지난해 체육인지원센터를 만들었다. 거기서 은퇴 선수의 취업·창업을 위한 준비 과정, 행정·기능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직업군을 15가지 정도로 두고 필요한 부분을 교육한다. 민간 기업 등에서 장애인 스포츠단 결성에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어 도움이 될 듯하다.”
-실무의 총 책임자로서 어려움은 없는가.
“협회 가맹 체육단체 직원들이 최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 서비스나 고도의 행정력이 약하다. 이직률이 50% 이상이다. 경기단체가 재정 자립을 통해 급여체계를 잡아야 하는데, 장애인 스포츠는 그게 안 된다. 폐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간다. 비장애인 종목처럼 기업인이 회장을 하는 게 아니어서 재정자립도가 낮다. 정부 예산 지원이 좀 더 확대돼야 한다.”
-도쿄 패럴림픽이 다가온다. 한·일 관계, 남북 관계가 좋지 않다.
“패럴림픽은 욱일기, 방사능 문제들이 대두해 있다. 일본 조직위 측에 강력 항의하고 있다.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에 ‘욱일기 장내 사용’ 반대 입장을 표했고,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와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패럴림픽 불참이나 메달을 거부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 문제는 여러 경로로 접촉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가 (장비 지원 등으로) 접촉하면 다른 걸 요구할 때가 많다. 무시하지 않지만, 요구하는 대로만 하지는 않겠다.”
-창간 31주년을 맞은 국민일보에 덕담 부탁한다.
“서울 패럴림픽이 열린 1988년에 창간해 장애인 스포츠와 사회 곳곳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주셔서 감사하다. 언론의 관심은 정부·재벌의 힘보다 크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이명호 회장은
△1979~2001년 장애인역도 국가대표△2000~2005년 부산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총감독△2014년 인천 아시안패러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총감독△2014~2016년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장△2017~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2017년~현재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고세욱 스포츠레저부장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