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범민주 진영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사진) 행정장관의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람 장관이 실제 탄핵 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홍콩 사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주목된다. 홍콩 정부는 직격탄을 맞은 홍콩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에 나섰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공민당의 앨빈 융 대표 등 25명의 범민주 진영 의원들은 전날 홍콩 의회인 입법회 전체 회의에서 람 장관의 탄핵 추진 안건을 발의했다. 이들은 “람 장관은 송환법 추진과 시위 대응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 행위와 직무유기를 저질렀다”며 “과도한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하고 법이 보장한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융 대표는 “홍콩에 재앙을 불러온 람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홍콩 시민들은 구의원 선거를 통해 람 장관과 행정부에 대한 불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범민주 진영은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중 388석을 석권하며 60석에 그친 친중파 진영에 참패를 안겨줬다.
홍콩여론조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람 장관의 지지도는 지난 6월 43.3점(100점 만점)에서 지난달에는 19.7점으로 추락했다. 역대 최저였던 퉁치화 전 행정장관(36.2점)보다도 낮은 사상 최악의 지지도다.
하지만 친중파 진영이 입법회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복잡한 탄핵 절차 때문에 그가 탄핵 당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입법회가 과반수 의결로 탄핵 추진 안건을 통과시키면 독립 조사위원회가 혐의를 조사하고, 이후 입법회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탄핵을 의결할 수 있다. 입법회 탄핵 의결 자체가 쉽지 않고 탄핵이 의결되더라도 중국 중앙정부가 탄핵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만큼 람 장관의 탄핵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홍콩 정부는 시위 장기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총 40억 홍콩달러(약 6100억원) 규모의 4차 경기부양책을 내놨다. 앞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 부양책을 발표했던 홍콩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의 2% 증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