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 황교안’ 여진… 원내대표 선거 친황 vs 반황 구도 가능성

입력 2019-12-06 04:06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연임을 막은 뒤 후폭풍이 계속 불고 있다. 단순히 원내대표 연임 문제를 둘러싼 당헌·당규 해석의 문제를 넘어 황교안 대표의 제왕적 리더십에 대한 우려로 논란이 옮겨붙고 있다. 의원들의 견제심리가 발동할 경우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친황 대 반황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내대표 대진표는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4명으로, 강석호 의원은 비박근혜계, 유기준 의원은 친박계로 꼽힌다. 심재철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중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이든, 협상이든, 전략이든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다”며 “친박이든, 비박이든, 당에 있든, 당 밖에 있든 누구와도 힘을 합칠 수 있는 통합의 견인차가 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한국당은 오는 9일 선거를 치른다. 조경태 최고위원과 주호영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아직 후보 등록도 하기 전이어서 판세는 안갯속이다. 강 의원이 친박계 이장우 의원을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낙점한 만큼 친박-비박 대결 구도가 강하게 작용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른 후보들도 계파와 지역을 고려해 정책위의장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황 대표의 제왕적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상황도 변수다.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3선의 김영우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원내대표는 좋든 싫든 우리가(의원들이) 뽑았기 때문에 연임 결정도 우리가 해야 된다”며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물러나게 됐고, 황 대표가 제왕적 당대표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을 주요 당직에 앉힌 데 이어 나 원내대표 연임 문제에까지 개입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세연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의사결정 방향이 폐쇄적이고 권력 집중적으로 가는 것 같다”며 “현 지도체제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표하거나 순종하지 않는 것처럼 읽힐 때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읽힐 만한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기류가 확산된다면 원내대표 선거에서 황 대표를 견제하려는 의원들의 표심이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황 대표의 과도한 전횡에 대한 경고는 이제 시작”이라며 “원내대표 선거에서 그것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통전)이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친박계 초재선 의원들이 중심이 된 통전은 전현직 사무총장과 전략부총장을 배출해 친황계 실세 그룹으로 통한다.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선 나 원내대표를 물밑 지원해 당선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에 열린 통전 회의에는 강 의원과 유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 자격으로 참여해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통전 의원들은 원내대표 후보들이 저마다 대여 협상을 강조한 데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용기 의원은 “새 원내대표를 선출함에 있어 섣부른 협상론은 경계해야 한다”며 “여당과의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협상이 마치 지선인 양 원내 전략을 끌고 가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