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A씨(55)는 보건복지부 시행 자활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어려운 살림에 정부가 일자리를 준 것에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만, 매달 급여를 받을 때가 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주5일 하루 8시간씩 일을 하고 있지만, 손에 쥐는 월급은 120여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시간을 일한 일반 근로자가 받는 한달 보수가 174만여원인데 비해 50만원 넘게 부족한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근로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활근로사업’을 시행하면서 참여자들에게 최저임금(시급 8350원) 이하의 임금을 주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최저임금 보장정책과 모순되는 것이어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4210여억원을 들여 자활근로사업을 진행해 왔다.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게 집중적·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활의욕과 자립능력을 높여주기 위함이다.
사업 참여유형은 3가지로 시장진입형, 사회서비스형, 근로유지형 등이다. 참여자는 올 10월 현재 전국 4만5000여명에 이른다. 대상은 기초생활 수급자(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와 차상위 계층 등이다. 복지부는 연말까지 5만명 가까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업은 전국 249개 지역자활센터와 읍면동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참여자들은 빵 제조를 비롯 영농사업단, 주택 소독방역과 청소, 반찬 배송, 간병과 장기요양, 자원 재활용 등의 사업에 나오고 있다. 전북 전주의 경우 2곳의 지역자활센터를 통해 해마다 300명 가까이가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러나 하루 8시간씩 일하는 사회서비스형 참여자들이 받는 급여는 1일 4만2790원뿐이다. 한달 표준 소득액은 112만원에 그친다. 여기에 출근일마다 주어지는 하루 4000원의 실비를 더한다 해도 120만원을 갓 넘을 뿐이다. 1시간당 5741원을 받는 셈이다. 또 하루 5시간씩 일하는 근로유지형 참여자에겐 1일 2만3970원이 주어진다. 그나마 많이 받는 시장진입형의 경우에도 1일 4만9440원에 그친다. 실비를 합친 급여는 138만여원(시간당 6602원)뿐이다.
모두 최저임금의 70∼80%의 수준이다. 복지부는 내년엔 5%씩 인상한 급여로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안대로 반영된다 해도 2020년 최저임금(8590원)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자활 참여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노동자가 아닌 복지기금의 수혜자로 여겨 근로에 따른 급여를 생계보조금이나 일종의 훈련수당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정작 부처가 다른 기준을 쓰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높다. 더욱이 복지부가 만든 안내서에도 자활근로사업이라고 명시해 ‘근로’임을 밝히고 있다. 자활근로사업 참여자들 사이에선 “어찌 보면 우리도 ‘나랏일’하는 건데 임금차별 아니냐. 예산이 모자라면 하루 5∼6시간만 근무토록 하고 남은 시간 다른 일자리를 구하도록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원용찬 전북대(경제학부) 교수는 “이 사업이 근로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부의 정책기준이 차이나는 것은 일관성이 없다”며 “시간이나 인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서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