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87%가 대출사기형

입력 2019-12-06 04:04

보이스피싱 피해 10건 중 9개가 저금리 대출을 빙자해 돈을 가로채는 ‘대출사기형’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기관을 사칭하던 것에서 대출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올 9~11월 보이스피싱, 인터넷 사기, 유사수신·다단계 등 서민을 노린 주요 범죄 근절에 주력해 2만7131명을 검거, 이 중 1286명을 구속했다고 5일 밝혔다. 피해액이 1억원 이상이거나 3년 이상 미검거된 악성사기 수배자 200명도 이번에 붙잡혔다. 범죄 유형으로는 전화금융 사기인 보이스피싱이 1만2583명(46.4%)으로 가장 많았다.

보이스피싱에서 검찰청이나 경찰청 등 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은 1630명(13%)에 그쳤다. 대신 저금리 대출을 빙자해 기존 대출을 변제토록 하거나 수수료, 보증금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는 대출사기형이 1만953명(87%)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지난달 경남 진주에서는 은행 직원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받게 유도한 뒤, 24시간 안에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고 속여 총 4억원을 가로챈 현금 수거책이 검거됐다. 현직 경찰관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사칭해 현금을 뜯어내려던 사기범을 현장에서 유인해 검거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인 검거를 위해 중국과도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9월 중국 길림성 공안청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이달 한·중·인터폴 3자 회의를 열어 금융사기 피의자 송환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 이외에도 자녀, 조카를 사칭해 상품권 등을 요구하는 메신저피싱 피해도 컸다. 피해자들은 주로 50대(37.6%)와 60대(26.0%)였다. 공동구매 카페를 열어 가전제품을 싸게 판다고 회원을 모집한 뒤 451명으로부터 23억원을 편취한 여성도 이번에 검거됐다. 이런 수법의 인터넷 사기로 검거된 사람은 7532명에 달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