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위장 이별살인’ 3년 만에 덜미

입력 2019-12-06 04:05

검찰이 자살로 종결된 ‘부산 30대 여성 사망사건’을 3년간 끈질기게 추적해 40대 남성을 살인범으로 구속 기소했다. 헤어지자는 여성의 말에 격분해 목을 졸라 실신시킨 뒤 승용차에 태워 착화탄을 피워 자살로 위장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A씨(43)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6년 11월 29일 부산의 한 모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B씨(38)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가 ‘헤어지자’고 말한 데 격분해 폭행하고 목을 졸라 실신시킨 뒤 평소 자신의 승용차에 싣고 다니던 착화탄을 피워 숨지게 했다. ‘동반자살’로 위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앞서 검찰은 사건 당시 숨진 B씨 시신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 중독 외에 장간막 출혈 상처가 드러나자, A씨의 범행을 의심했지만, “함께 목숨을 끊으려 했는데 B씨만 사망했다”는 주장을 뒤집을 증거가 부족했다. 그동안 범인 A씨는 입원치료를 이유로 검찰 소환을 연기하거나 불응했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학 감정 최종결과가 사건 발생 이후 6개월가량 걸린 점, 범행 현장 주변의 CCTV 화질이 흐려 확실하게 A씨 범행을 입증하지 못한 것도 작용했다.

A씨는 수사 초기부터 일관되게 “나도 일산화탄소를 흡입해 심각한 뇌손상을 입고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어렵게 됐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검찰은 A씨가 최근 2년간 일산화탄소 중독 후유증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전무하고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난 9월 화질이 보정된 부산 모텔 근처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에 나섰다. 그러자 CCTV 영상에 A씨가 모텔에서 나온 B씨를 강압적으로 끌고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검찰관계자는 “철저한 공소유지로 피고인이 저지른 죄에 상응하는 형을 받도록 할 것”이라며 “또 다른 피해자인 유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순천=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