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인 인공지능(AI)과 로봇의 신체를 연결하라’ 국내 정보기술(IT) 업계가 차세대 기술로 주력해온 AI와 로봇 기술의 적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미·중 IT 공룡들과 맞서기 위해 유럽과 협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그동안 주로 국내와 일본에서 이뤄지던 AI·로봇 연구를 더 많은 해외 연구 인력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글로벌 AI 연구 벨트’ 구축을 선언했다.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에) 맞서기 위해 내놓은 생존 방안이다. 최근 소프트뱅크와 함께 경영 통합을 선언한 라인과 야후재팬 역시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네이버의 AI 연구소인 네이버랩스는 지난달 프랑스에서 전세계 AI 및 로봇 분야 석학 11명과 함께 토론하는 글로벌 워크샵 ‘AI for Robotics’를 개최했다. 네이버가 추진 중인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 구축의 시작점이었다. 참석자들은 AI와 로봇이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을지 논의했다.
네이버는 프랑스 스타트업, 연구원, 기관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4족 보행로봇 ‘미니치타’를 유럽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미니치타는 네이버랩스가 김상배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팀과 산학 협력을 통해 개발한 무게 9㎏의 로봇이다. 사람이 가기 힘든 험지와 재난지역을 탐지하거나 반려동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보행은 물론 점프와 공중제비돌기도 가능하다. 르 피가로 등 현지 매체들도 미니치타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로봇과 AI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두 가지를 잘 통합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도전”이라며 “최신 논의들이 한국 IT 기업에 의해 리딩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오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 성남에 짓고 있는 제2 사옥을 ‘로봇 친화형’ 빌딩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가 각 층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서류를 전달하거나, AI가 직원들이 회의에서 하는 말들을 자동으로 기록하게 된다. 일상적으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통신기술을 활용한 AI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는 KT도 로봇 상용화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는 최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에 AI 로봇 ‘엔봇(N bot)’을 상용화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선보였던 ‘기가지니 호텔’ 솔루션을 진화시켜 적용했다. 객실 내 기가지니 호텔 단말을 통해 음성이나 터치로 객실용품을 요청하면 로봇이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AI 호텔 로봇은 KT 융합기술원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3D 공간맵핑 기술, 자율주행 기술 등이 적용됐다. 엘리베이터와의 통신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면서 층간 이동이 가능하다.
KT는 “AI 호텔 로봇이 상용화되면서 투숙객은 휴식공간에서 흥미로운 기술을 경험할 수 있고, 호텔 측에서는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통해 본연의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가지니 솔루션이 적용된 전체 AI 호텔에는 4개 언어(한국어·영어·중국어·일본어) 서비스도 적용된다. 기가지니 호텔 로봇을 이용한 이벤트도 마련된다.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크리스마스를 맞아 엔봇이 호텔 로비를 순회하며 체크인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선물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