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토 동맹에 “방위비 안올리면 무역으로 걸 것”

입력 2019-12-06 04:02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방위비를 인상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겨냥해 무역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 미만의 방위비를 쓰는 나토 회원국을 향해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들은 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내든지, 보복 관세를 부담하는지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고 경고장을 던진 것이다.

돈 앞에서는 동맹도 없다는 그의 인식이 새로운 건 아니지만 무역 카드를 방위비 문제와 연계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은 모든 동맹국에 해당될 수 있는 만큼 파장이 예상된다. 5배나 증액된 방위비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도 무역 보복조치의 사정권에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영국 런던을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특별한 점심식사를 했다. 백악관은 ‘나토 2% 국가들(2percenters)과 업무오찬’이라고 명명했다. 오찬에는 나토 회원국 중 방위비를 GDP 대비 2% 이상 쓰는 국가 정상들만 참석했다. AP통신은 영국 불가리아 에스토니아 그리스 라트비아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의 유럽 8개국 정상과 트럼프 대통령까지 9개국 정상이 점심식사를 함께했다고 보도했다.

나토 29개 회원국 중 20개국은 초대받지 못했다. 나토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독일(1.36%)과 프랑스(1.84%) 이탈리아(1.22%) 스페인(0.92) 터키(1.89%) 등은 방위비 지출이 2% 미만이다. 미국의 GDP 대비 방위비 지출은 3.42%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 나온 국가들과 미국은 방위비를 완전히 지불했다”면서 “2%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2% 국가들’이라고 부른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언젠가 우리는 방위비를 3%, 그리고 4%로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우리에게 나토는 매우 중요하고 방위비 분담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동료 국가들이 우리의 선례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듣기 원했던 말을 던진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그들(2%를 채우지 못한 국가)은 그럴(2% 이상을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역으로 그들을 걸 것(get them on trade)”이라고 경고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들은 돈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국가들은 관세 등을 통해 그만큼의 액수를 받아내겠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방위비 협상과 무역 보복조치를 연계할 경우 한국에도 불통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방위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한국에 대해서도 자동차나 철강 등에 대한 관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열렸던 4차 회의는 이날 마무리됐다. 한국 측은 회의 뒤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평하고 합리적이며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