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학교, 교도소 같은 구조… 고교학점제 위한 교과교실제 도입 어려워”

입력 2019-12-06 04:03 수정 2019-12-06 14:49



부천 부명고 최인선(사진) 교사는 클러스터형 수업의 성패는 강사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클러스터형 수업은 학교들이 연합해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최 교사는 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교육과정 부장으로 클러스터형 수업의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7일 학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 강사 때문에 애를 먹은 경험이 있는 듯 “강의 준비를 성의 없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행히 올해는 좋은 강사들이 수업을 맡아 학생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부천은 서울과 인천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그럼에도 “강사 구하는 게 첫 과제다. 과학 수업의 경우 학생 수요가 몰리는데 공급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고교학점제 모델 중 하나로 부천의 클러스터형 수업에 주목하고 있는데, 지역별로 어떻게 강사풀을 마련할지가 최대 관건으로 보인다.

최 교사는 학교 공간 혁신도 강조했다. 그는 “대다수 학교가 교도소와 같은 구조다. 교실 사이즈가 똑같고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며 “고교학점제를 하려면 교과교실제를 도입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공간에선 어려움이 있어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과교실제가 시행되면 학생은 이동 수업을 한다. 과학 교사가 학급을 돌며 수업하는 게 아니라 학생이 과학 교실을 오가며 수업을 듣는다.

최 교사는 그러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영어 교실은 영어 교실처럼, 미술교실은 미술교실처럼 예쁘게, 책상도 네모난 것 둥근 것 다양하게 꾸밀 텐데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되면 아이들과 정성 들여 꾸민 교실을 다 뜯어내야 한다”며 “고교 교실을 빼면 수십만명을 수용할 장소를 구하기 어려울 텐데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장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벽에 쓰인 낙서 하나까지 전부 지워야 한다. 정부는 고교학점제 같은 거대한 얘기를 꺼내지만, 현장 교사들은 이런 현실적인 부분부터 고민한다고 했다.

최 교사는 교육과정·진로설계 전문인력(진로코디네이터) 사업에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에 앞서 모든 고교에 진로코디네이터를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은 학생이 어떤 학점을 이수할지, 학교에 없는 수업을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학업 설계 상담을 맡는다. 그는 “담임은 자기 과목에는 전문가지만 다른 분야는 잘 모른다”며 “대학과 연계해 전반적인 학업 설계를 도와줄 인력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다만 한 명 파견하더라도 제대로 훈련된 인력이 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글·사진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