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캠페인] 굶기 일쑤였던 14살 아론 “밥에 하나님 말씀까지 선물 감사”

입력 2019-12-06 00:03
서울 원천교회 문강원 목사(앞줄 가운데)와 기아대책 박재범 부문장(왼쪽)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삼보론돈 기아대책 CDP센터 안에서 방과 후 학교에 나온 에콰도르 아이들과 어울려 손을 흔들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 제2도시 과야킬의 북동쪽에 위치한 삼보론돈은 대부분 농촌 지역이다.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큰 강을 끼고 넓은 평야가 발달해 있다. 하지만 이곳도 빈부 격차와 가난은 예외가 아니다. 3모작을 하는 논을 경작하는 이들은 대부분 소작농이다. 종일 일해도 주 수입이 70달러를 넘지 못한다.

바바아요 강변 마을 상힐에 살고 있는 아론(14)네 가정은 4년 전 큰 고난을 겪었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만나 갑자기 집을 나갔다. 어머니 로사(41)는 우울증이 심해지면서 아이들을 학대했다. 수입이 끊겨 굶기 일쑤였고, 탁한 강물을 가라앉혀 식수로 쓰느라 피부병이 심했다. 가정을 다시 살린 건 기아대책의 아동개발사업(CDP)이었다.

삼보론돈 시청 소재지에 위치한 CDP센터는 아론의 사정을 알게 되자 지난해 1월부터 아론을 CDP에 합류시켰다. CDP는 아동이 신체적, 사회정서적, 영적 영역에서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보는 사업이다. 현지 봉사자들은 지난해 연말 아론의 집을 방문했다. 1년 동안 폐품을 팔아 모은 14달러 등으로 식료품을 구입해 전달하면서 집안 가득했던 쓰레기를 내다버리고 페인트를 새로 칠했다.

따뜻한 이웃이 함께 함을 깨닫게 된 로사는 교회에 나오면서 점차 우울증의 지옥에서 벗어났고 아이들도 웃음을 되찾았다. 로사는 봉사단에 합류해 이제 다른 아이들을 돕고 있다. 아론은 최근 센터 앞으로 감사편지를 보냈다. 기아대책이 삼보론돈에 와 복의 원천이 돼줬다는 내용이었다. 밥뿐 아니라 하나님 말씀까지 전해줘 너무 감사하다고 썼다.

삼보론돈 센터는 지역의 구심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2014년 파송된 기대(기아대책)봉사단 김영선(59) 이선수(50) 선교사 부부가 CDP를 시작한 이후 결연 아동은 363명에 이른다. 내년에는 100명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곳 센터는 지역사회와 튼튼하게 결합한 모범 사례다. 전직 시장의 호의 아래 시 당국이 부지를 제공하고 지원했다. 지역 보건소는 매년 한 차례 신체검사를 해준다. 호세 유네스 파라 전 시장은 “사람을 섬기는 진심이 느껴져 기아대책과 일을 하게 됐다”면서 “CDP가 아이 한 명을 도우면 부모의 태도가 바뀌며 가정 전체가 변화된다”고 밝혔다. 6선 끝에 지난 5월 퇴임한 시장의 후임엔 그의 막내아들(35)이 당선돼 대를 이은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각) 서울 원천교회 문강원 목사가 기아대책 박재범 부문장, 서윤심 간사와 함께 센터를 찾았다. 1050㎡ 부지에 세워진 500㎡ 건물은 깔끔하게 단장돼 있었다. 시청이 기증한 에어컨으로 내부는 시원했다. 막 급식을 마치고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삼보론돈도 최근 남미를 휩쓸고 있는 경제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톨릭 국가인 데도 12살 소녀의 임신이 허다하고, 정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15세면 가정을 꾸리지만 남자들은 책임 의식이 없다. 그래도 센터 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넘친다. 엔지니어를 꿈꾼다는 호수에(13)는 “교회에 오면 모두 가족 같은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문 목사는 호프컵 출전 아동 9명에게 축구화와 축구공을 전해줬다 수요예배 후 회식용 닭도 전달했다. 그는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공부를 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하나님을 믿으세요. 부모와 친구들을 사랑하세요. 그럼 여러분은 에콰도르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라고 축원했다.

삼보론돈(에콰도르)=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