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처음 제보한 인사가 송병기(사진) 현 울산시 경제부시장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송 부시장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여당 후보 측 인사가 제보한 상대 후보 관련 비리 첩보가 청와대를 거쳐 선거 즈음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하명수사, 표적수사 의혹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4일 “김 전 시장 관련 비리를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최초 제보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송 부시장은 2015년 김 전 시장 밑에서 교통건설국장(3급)을 지내다가 퇴직한 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송 부시장은 ‘캠프 싱크탱크’로 불릴 정도로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당선 이후 시장직 인수위에서 총괄 간사를 맡은 뒤 그해 8월 1급인 경제부시장에 취임했다. 울산시는 경제부시장이 맡는 사무를 기존 3개국에서 5개국으로 늘리며 힘을 실어줬다. 송 부시장은 2017년 12월과 지난해 1월 김 전 시장 측근 비리를 수사 중이던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송 부시장이 캠핑장에서 만나 알게 된 문모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에게 2017년 10월쯤 김 전 시장 관련 의혹을 제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송 부시장은 “정부에서 여러 가지 동향을 요구했기 때문에 파악해서 알려줬을 뿐”이라고 일부 언론에 밝혔다. 그는 또 “2017년 하반기나 연말쯤에 청와대 행정관이 아닌, 지역에 있는 여론을 수집하는 쪽에서 연락이 왔다. 언론에 나왔던 내용이라 알려줬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이날 브리핑에서 최초 제보자가 송 부시장이라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 논란을 우려해 미리 제보자를 밝히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송 부시장이 제보자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를 꼭 송철호 시장 측근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송 부시장이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맹우 전 울산시장(현 의원)과 김 전 시장 시절에도 요직을 맡으며 두 시장의 측근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무 자르듯 송 부시장을 여권 인사라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연유로 김 전 시장과 멀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송 부시장의 주장과 무관하게 첩보의 원천을 계속 규명할 방침이다. 윗선이나 다른 주범이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일명 ‘백원우 특감반’의 울산 현지 활동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관련자 소환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송 부시장이 “청와대의 요청으로 첩보를 정리해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도 청와대의 기존 해명과 어긋난다. 검찰 관계자는 “제보를 줬다는 것부터가 아직은 본인의 주장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의견을 정리할 단계가 아니며, 여러 주장을 충분히 살핀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6시간 동안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유재수·김기현 의혹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청와대·여당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세환 허경구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