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수사결과 책임져야” 격앙… 여권 ‘檢과의 전쟁’ 분위기

입력 2019-12-05 04:02
검찰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앞에 카메라·사진기자들이 모여 있다. 이날 서울동부지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 비서실을 6시간가량 압수수색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관한 수사를 놓고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이 청와대를 상대로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4일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검찰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견제하기 위한 특별검사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한 분위기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6시간 동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시 감찰이 어느 수준까지 진행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문재인정부 들어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지난해 12월 26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검찰은 청와대 연풍문을 통해 임의제출 방식으로 자료를 건네받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압수수색 종료 직후 “절차에 따라 성실히 협조했다”면서도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진술에 의존해 검찰이 국가 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서울동부지검이 압수수색으로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26일 ‘김태우 사건’에서 비롯된 압수수색에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선 압수수색에 대한 불쾌함도 감지됐다. 고 대변인이 전날 검찰을 향해 “피의사실을 공표하지 말라”고 공개 경고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에는 분명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 결과에 대해 검찰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에 대해 “더 지켜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숨진 특감반원의 유류품 압수수색에 이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혹시 개혁에 맞선 검찰의 정치 행위가 아닌지 묻고 있는 국민이 많다”며 “검찰은 정치는 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며 격분했고, 다른 의원도 “상황이 이렇게 될수록 검찰 개혁의 당위성에 더 불이 붙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경 합동수사단’ ‘특검’ 등을 언급하며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서에 증거물로 보관된 특감반원의 유서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으로 가져갔다”며 “검찰이 결백하다면 지금이라도 검·경 합수단을 꾸려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 사건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한 점도 거듭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검찰이 국민이 아닌 조직에만 충성하기 위해 정치적 행동을 넘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며 “오늘부터 검찰에 대해 아주 준엄하게 경고하고 검찰이 이렇게 직무유기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재희 박세환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