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한한령 해제’ 공감… 양국 관계 정상궤도에 오를 듯

입력 2019-12-05 04:04
강경화(오른쪽) 외교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맞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4일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중국의 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인 한한령(限韓令) 해제에 관해 논의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오랫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왕 국무위원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강 장관과 회담한 뒤 취재진에게 “한·중 관계는 원래 정상이고 계속 발전 중”이라며 “고위층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 시간(2시간20분) 동안 진행된 회담에 대해 “우리의 관계가 좋은 것을 보여준다.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논의할 사안이 많았고, 많은 합의도 이뤘다”고 말했다. 강 장관과 왕 국무위원은 회담 후 만찬도 함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결과에 대해 “한·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국제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한령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를 정상 궤도로 가져가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6년 7월 한·미의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보복 조치로 나온 한한령은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상징했다. 한한령이 본격 해제된다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방문과 중국 내 한국 기업의 활동도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 간 교류가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이달 말 개최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 중국 측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잘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만 중국 청두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문제는 이번에 합의되지 않았다. 양측이 구체적인 일정 등을 완전히 조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왕 국무위원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 관계의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