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행정관들, 지인들 중심 ‘2년차 증후군’ 실태 점검했었다

입력 2019-12-05 04:02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4일 공개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에는 청와대가 평소 여론 수렴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일부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곳치고는 여론 수렴 방식이 다소 허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건에는 민정수석실 행정관 38명이 ‘2년차 증후군’을 점검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면담할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주요 점검 대상은 청와대와 부처 간, 또 부처 상호 간 엇박자와 공직기강 이완 등이다.

점검은 지난해 1월 12~16일 5일간 실시됐다. 조사 방법으로는 언론 보도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점검자료 등을 검토하고, 모든 부처의 공무원을 면담한다고 돼 있다. 면담 대상 공무원은 국장과 과장, 사무관 등 총 81명인데, 총 48개 부처에서 2명꼴로 면담을 하는 방식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38명이 ‘2년차 증후군’을 점검하기 위해 공무원 81명을 면담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정수석실은 면담 대상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공무원들의 진솔한 의견 청취를 위해” 민정수석실 행정관 지인을 중심으로 추린다고 적었다. 하지만 지인을 면담 대상으로 한정할 경우 왜곡되거나 치우친 의견이 수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근무 이력이 있는 한 야당 의원은 “보통 여론을 살필 때는 객관성이 담보된 인사를 중심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물으면 제대로 된 답이 나오겠느냐”며 “지인을 상대로 여론을 수집한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면담 대상도 부처당 2명에 불과해 ‘국정 동력 약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한다’는 취지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나치게 적은 표본으로 잘못된 정보를 수집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국내 정보를 수집하던 국가정보원의 정보관(IO)을 없애면서 민정수석실 행정관들이 직접 부처 의견 청취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여론을 살피는 데 빈틈이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민정수석실은 보고서에서 실태 파악 자료를 토대로 원인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한다고 했는데, 잘못된 기초 정보로 잘못된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집권 2년차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수차례 경계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역대 정부를 보더라도 2년차, 3년차에 접어들면 도덕성이라는 면에서도 늘 사고들이 생기곤 했다. 그만큼 익숙해지면서 마음이 해이해지기도 하고, 또 초심도 잃게 되고 그런 것”이라며 “한번 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다는 결의들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