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한국 사회복지의 상징 ‘푸드뱅크’ 베트남·몽골에 수출한다

입력 2019-12-05 20:47 수정 2019-12-05 23:10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 대표단이 몽골 울란바토르 게르촌을 방문해 현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한국사회복지의 상징인 ‘푸드뱅크’가 아시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아직까지 푸드뱅크가 전혀 없는 몽골에서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1998년 시작된 푸드뱅크 사업은 22년 동안 기부물품 모집액이 27억원에서 2300억원으로 85배 성장률을 기록하며 한국의 저소득층 결식문제를 완화하는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 10월 21~2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코리아나호텔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푸드뱅크 도입 및 발전을 위해 ‘2019 아태푸드뱅크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는 보건복지부와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Global Foodbanking Network)가 주최했으며,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전국푸드뱅크가 주관했다. 행사는 아시아 태평양 국가와의 교류로 국제협력을 강화해 결식 등 아시아 빈곤문제 해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아시아 내 푸드뱅크 설립이 필요한 국가 혹은 기존 푸드뱅크 시스템이 있으나 미흡한 국가를 대상으로 푸드뱅크 육성을 위한 지원에 나선 것이다.

사회복지협의회가 아·태지역 푸드뱅크 운영국가 간 네트워크 강화 및 공동목표 논의를 통한 지역내 푸드뱅크 발전을 위해 마련한 콘퍼런스에는 모두 18개국이 참여했다. 신규 푸드뱅크 육성(incubator) 프로그램 대상 12개국은 뉴질랜드, 대만, 말레이시아, 몽골, 베트남,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필리핀, 한국이었다. 아태지역대표단 네트워크 회의 참여국가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중국, 호주, 홍콩이었다. 참가자는 18개국 푸드뱅크 관계자 등 45명을 포함 모두 145명이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상목 회장은 “이 콘퍼런스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글로벌푸드뱅킹네트워크(GFN)가 푸드뱅크 설립을 지원해 아시아 지역의 결식문제 해소와 빈곤 완화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 푸드뱅크는 아메리카와 유럽에 비해 미도입된 국가가 많거나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때문에 서 회장은 2016년 GFN 리사 문 회장으로부터 “한국형 푸드뱅크 모델이 독창적·효율적인 체계”라며 “아시아 각국에 한국형 푸드뱅크 모델을 전수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올해 몽골과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시아지역에 한국형 푸드뱅크 모델을 전파하고 있다. 한국푸드뱅크는 정부, NGO, 기부기업, 지역사회가 긴밀하게 협력해 큰 성공을 거둔 모델로 평가된다.

한국형 푸드뱅크가 급격히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법적·제도적 뒷받침과 재정지원,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을 비롯한 비정부기구(NGO)들의 헌신적 노력, 기부 기업의 나눔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민간 주도적으로 푸드뱅크를 운영하는데 비해, 한국형 푸드뱅크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긴밀한 민관협력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정부 주도형 정책이 시행된다는 점에서 한국푸드뱅크 모델은 아시아지역에 적용하기에 최적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콘퍼런스는 이 같은 한국형 푸드뱅크 성공 모델을 아시아 각국과 공유해 아시아지역 결식문제 완화와 기부문화 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푸드뱅크 관계자들이 몽골 주민들과 집단면담을 하는 모습.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제공

앞서 지난 8월 27일부터 3박4일간 한국푸드뱅크 모델 전수를 위한 베트남 하노이 방문도 진행됐다. 푸드뱅크사업 전수를 위한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사회부조국과 양해각서가 체결되고, 베트남 푸드뱅크 예비 관계자와 면담을 통한 한국형 푸드뱅크 추진방안이 거론됐다.

한국형 푸드뱅크 모델 전수를 위한 몽골 울란바토르 지역 조사도 펼쳐졌다. 아직까지 푸드뱅크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인 몽골에 푸드뱅크 설립을 위해 심층인터뷰와 지역조사가 지난 6월 30일부터 10박11일 동안 실시된 것이다.

한국푸드뱅크는 기업과 개인으로부터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받아 아동, 노인, 장애인 등 연간 30만명의 저소득층과 1만4000여곳의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전달체계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전국푸드뱅크를 비롯 17개 광역푸드뱅크와 307개의 기초푸드뱅크, 130개의 기초푸드마켓을 통해 지역사회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푸드뱅크가 운영하는 기부물품관리시스템은 기부물품 모집부터 배분까지 전 이력을 투명하게 보여 줄 뿐 아니라 세종중앙물류센터 등 서울, 인천, 경기, 제주에 각각 물류센터를 운영해 기부물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기부물품 규모는 2018년 한해 2198억원의 기부식품을 모집했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기부누적액이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약 2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적 물적 나눔 전달체계로서 기능하고 있는 푸드뱅크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가 높아 앞으로 기부물품은 더욱 늘어 날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1만3000여개에 달하는 기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선 민간복지체계의 역할이 중요”



“2011년 ‘화장실 삼남매 사건’은 우리 사회가 공공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지만, 최근 벌어진 인천 계양구 한부모 가정 일가족 사망사건을 보면 여전히 복지사각지대 문제는 해소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서상목(사진) 회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복지전달체계를 보완하는 민간복지체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공과 민간의 연계·협력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대해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복지사각지대 해소에 어느 단체보다도 앞장서고 있다. ‘푸드뱅크’와 ‘좋은이웃들’ 사업이 대표적이다. 법령·조례 제·개정을 추진해 현재 100개 시·군·구에서만 실시 중인 ‘좋은이웃들’ 사업을 전국 시·군·구로 점차 확대시키고, 지원기준의 문턱을 낮춘 ‘긴급 푸드팩’ 지원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게 서 회장의 구상이다.

서 회장은 푸드뱅크의 질적 전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18년 기부식품 제공사업장 평가 결과, 인천 지역 내 1위를 차지한 ‘강화푸드마켓’은 이용자가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원하는 식품 및 생활용품을 가져가는 곳으로 확인됐다. 푸드마켓은 지역 내 이용자에게 월 한도 일정액 내에서 식품 등을 제공하며, 인근 편의점과 유사한 맞춤형 지원 서비스 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서 회장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 ‘사회혁신’에도 앞장서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기업들은 보다 혁신적인 사고로 지역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에 나서야 한다”며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기본원리로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미션을 세웠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취약계층을 넘어 지역 주민 모두를 위한 복지공동체를 만드는 사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와함께 서회장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중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좋은이웃들 사업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지역들의 공통점은 사회복지협의회와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 협력이 긴밀하다”고 했다.

서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국푸드뱅크는 올해부터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모델 전수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올해는 사업대상국인 몽골과 베트남 현지에서 사전 현지조사 및 양해각서 체결 등을 통해 사업 필요성을 파악하고, 협력 강화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