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결단해야 검찰 개혁의 명분 살릴 수 있다

입력 2019-12-05 04:01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4일 청와대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17년 12월 감찰 중단 과정에 청와대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고 보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초강수를 둔 것이다.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비위 혐의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는데도 감찰이 중단됐고 금융위원회 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은 징계를 받지 않고 사직한 후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의 연속이라 권력 실세가 뒤를 봐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은 법원도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검찰을 비난하고 나섰는데 실망스럽다. 이해찬 대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택적 수사”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든다”며 검·경 합동 수사를 요구하고 특검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설훈 최고위원은 “정치 개입과 수사권 남용”이라고 비난했고, 당 내에서는 “막가자는 거냐”는 반응까지 터져 나왔다.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까지 거론하며 검찰을 맹비난했지만 공감을 얻기 어렵다. 범죄가 있는 곳에 수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정부 관계자들이 권력을 남용해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무더기 단죄됐듯 현 여권 인사도 같은 잘못을 했다면 수사를 받고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그게 사법 정의다. 비위 혐의가 있어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검찰을 비난하는 것은 내 편의 잘못은 덮어두거나 살살 수사하라고 압박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행태는 검찰 개혁의 명분을 흐리게 할 뿐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서민이든 권력자든 구별 없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검찰을 만들자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하자는 것 아닌가. 내 편의 허물을 감추겠다고 진영논리에 빠져 자꾸 무리수를 두면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조국 사태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검찰을 비난하고 의혹을 덮기에 급급하지 말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내 편이라도 허물이 있으면 단호하게 도려내겠다는 읍참마속의 각오가 필요하다. 그래야 검찰 개혁의 명분을 살릴 수 있고 개혁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검찰도 ‘선택적 수사’로 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는 불필요한 의혹을 사지 않도록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