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그만할 때”… 구글 공동창업자 경영 손뗀다

입력 2019-12-05 04:06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왼쪽)와 세르게이 브린. 연합뉴스

“오랫동안 회사 경영에 깊이 관여했던 것은 큰 특권이었다. 이제 조언과 사랑을 제공하되, 일상적으로 잔소리는 하지 않는 자랑스러운 부모 역할을 맡을 때가 됐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기업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검색엔진 기업으로 출발한 후 21년 동안 이어져 온 ‘창업자 시대’를 마감하고 본격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지와 브린 두 창업자는 3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최고경영자(CEO)와 사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알파벳 CEO 자리는 구글의 현 CEO 순다르 피차이가 맡고, 알파벳 사장직은 폐지됐다.

두 창업자는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와 함께 글로벌 IT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1995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으로 만나 98년 구글을 창업했다. 이후 구글을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자 IT 기업으로 키워냈다. 구글은 현재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글로벌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두 창업자는 2015년 알파벳 설립 이후 구글과 관련된 공식 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오면서 미국과 유럽 규제 당국이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이슈에 대해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은 주로 피차이 CEO가 맡았다.

대신 두 사람은 자율주행기술 자회사인 웨이모를 비롯해 신사업 감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두 사람은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알파벳의 대주주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중요결정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페이지는 알파벳의 지분 5.8%를, 브린은 5.6%를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의 의결권한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들의 주식에는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차등의결권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퇴진 후 이들이 막대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둘이 보유한 알파벳 주식만 해도 1000억 달러(약 120조원)에 이른다. 아직은 자선이나 비영리 단체 설립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을 대신해 후임자로 올라선 피차이 CEO는 인도 출신의 공학자로 웹브라우저 구글 크롬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날 피차이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나와 역할은 다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사회 멤버와 공동 창립자로서 조언하며 계속 함께 일할 것”이라며 “이 전환이 알파벳 구조나 일상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