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2년 전으로 돌아갈 셈인가

입력 2019-12-05 04:03
미국과 북한이 벌이는 기싸움이 예사롭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3일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핵단추가 놓여 있다고 위협하자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단추를 가지고 있다”고 맞받은 이후 2년도 안 돼 다시 무력 공격 가능성을 거론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일 군 지휘부와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찾았다. 그는 주요 고비 때마다 중대 결심을 앞두고 백두산을 찾았다. 김일성 주석이 부인 김정숙과 백두산에서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한 것을 모방해 김 위원장도 부인 리설주와 함께 모닥불을 쬐는 모습까지 연출한 것은 대미항전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도 소집하는 등 새로운 전략노선 수립을 예고했다. 또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기다려 보되, 안 되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차량과 장비 이동이 활발해지고 있고 미사일 시험발사에 쓰이는 콘크리트 토대가 증설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대북 제재에 구멍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판단 아래 핵을 포기하지 않고 강경 노선을 선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미국은 최근 공군 지상감시정찰기와 해상초계기를 잇따라 한반도로 보내 대북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할 경우 민주당의 탄핵 공세 속에 치러지는 대선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대북 군사 옵션을 만지작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양측이 기싸움 수준을 넘어 벼랑끝 대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하지만 아직 몇 주의 시간이나마 남아 있는 만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결렬된 실무회담부터 재개해야 한다. 정부도 한반도가 초긴장 상태로 빠져들지 않도록 외교력을 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