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1632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홍모(46)씨 등 4739명의 실명이 공개됐다. 홍씨를 포함해 100억원 이상 체납한 이들은 42명에 이른다. 공개된 명단에는 ‘황제노역’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허재호(77) 전 대주그룹 회장 등 유명인사도 포함됐다. 지역별로 개인 체납자 2명 중 1명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었다. 국세청은 악의적 체납자의 경우 체납세액 징수 외에 민·형사상 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6838건(개인 4739명, 법인 2099곳)의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을 4일 공개했다. 체납 세금이 2억원 이상이고, 체납일로부터 1년 이상 경과한 이들 중 공개 명단을 확정했다.
공개 건수는 지난해보다 320건 줄었다. 다만 전체 체납액은 5조4073억원으로 전년(5조2440억원) 대비 1633억원 늘었다. 100억원 이상 체납자가 전년(15명)보다 27명 증가하면서 총액을 끌어올렸다. 이들의 체납액만 8939억원에 달한다.
개인 중 가장 많은 세금을 체납한 홍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수천억원을 벌었다. 수익을 전혀 신고하지 않다가 국세청에 포착됐다. 현재 홍씨는 수사 당국에 체포된 걸로 알려졌다.
유명인사도 이름을 올렸다. 구치소 노역으로 하루 5억원을 탕감 받아 ‘황제노역’ 논란을 불렀던 허 전 회장은 세금 56억원을 내지 않았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김한식(77) 전 대표는 8억7500만원을 체납했다. 국내 신발 브랜드로 성공신화를 쓴 스베누의 황효진(31) 전 대표와 유명 드라마 작가 최완규(55)씨는 각각 4억7600만원, 13억9400만원이 세금을 내지 않았다.
명단이 공개된 이들 대다수는 서울과 경기, 인천에 거주한다. 공개 대상자 중 2776명(58.6%)의 거주지가 수도권이다. 서울 강남에서 떵떵 거리고 살면서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이들도 상당수다. 개인 체납액 기준 상위 10위권을 보면 6명이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3명은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산다.
또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여행가방에 현금 5억원을 숨기고 발뺌을 하는 체납자도 있었다. 아파트 보일러실, 외제차 트렁크에 9300만원을 숨겨 뒀다가 걸리기도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1조7697억원을 징수했다”며 “나머지 체납액도 끝까지 징수하도록 노력하겠다. 악의적 체납자는 민·형사상 대응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