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무력 사용”… 트럼프, 北에 경고장

입력 2019-12-03 23:1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만남 도중 붉게 상기된 얼굴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비핵화 합의를 준수해야 한다. 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군대를 쓰지 않기를 원하지만, 만약 그래야 한다면 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맺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무력 사용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주영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한 군대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은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남성 간 친밀한 관계)에 의지해온 미국의 대북 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북한이 스스로 정한 연말 비핵화 협상 시한을 강조하며 군사 도발 위협을 높이는 등 미국을 계속 압박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계속해서 로켓을 쏘기 때문에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른다”고도 말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북·미 사이에는 접점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양보를 거듭 요구하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재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3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리가 제시한 (북·미 협상의)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리 부상은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았기에 연말 시한부가 다가온다는 점을 미국에 다시금 상기시킨다”고 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재개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에서 인공위성 발사체를 쏘아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 삼지연은 북한의 혁명 성지인 백두산이 포함된 행정구역이다. 지난 10월 중순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랐던 김 위원장이 다시 백두산을 찾은 것이다. 그가 내년에 내놓을 신년사에 ‘중대 결심’이 담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대북 감시활동 강화로 맞서고 있다. 미 공군의 지상감시 정찰기 E-8C(조인트 스타스)와 북한 미사일 기지에서 발신하는 전자파 등을 수집하는 RC-135U(컴뱃 센트) 정찰기가 3일 한반도 상공에서 감시 비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대의 미군 정찰기가 같은 날 동시에 출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미국이 당장 대북 군사 옵션을 꺼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나는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여전히 백악관에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벌였을 수도 있다고 했다.

최승욱 손재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