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기업 ‘제3 노조’ ‘하청 노조’ 등 잇단 설립에 안정적 노사 문화 구축 고심

입력 2019-12-04 04:06

주요 대기업에 ‘제3 노조’ ‘하청 노조’ 등이 최근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노조의 수가 많아지고 구성원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안정적인 노사 문화에 대한 재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일 “노조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노조 변수를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복수노조의 등장으로 협상 주체도 늘었고, 주52시간 근무제 등 민감한 제도적인 쟁점이 많기 때문이다.

직군별로 3개의 노조가 결성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출범한 기술사무직군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다. 기술사무직 근로자들은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화섬연맹) 산하에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를 결성하고 올 초부터 사측과 본교섭, 실무교섭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이천·청주노조가 있었지만 생산직(전임직) 입장을 대변해 왔다.

기술사무직 노조와 사측은 올 초부터 85개 조항에 대해 교섭을 해 왔다. 현재는 사무직에만 적용되는 임금차별 폐지, 근로시간 개선, 조합활동보장 등 39개 조항에 대한 교섭만 남았다.

그러나 단체협약 적용 범위를 두고 양측의 의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단체협약 적용 범위를 관리감독자로 한정한다”고 주장했지만, 노조는 “노조원 대다수가 단체협약을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며 맞서고 있다. 노조 측은 “(단체협약을) 연내에 마무리하고 싶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랫동안 노조가 없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달 16일 출범한 사실상 사상 최초의 노조와 우호적 협력 관계를 잘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산하로 출범한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노조 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 내년쯤으로 예상되는 교섭 시작 전 노조는 노조원 확보 등 규모 갖추기에 나서고 있다.

정규직 외에도 하청 근로자들이 권리 증진을 위해 별도의 노조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10월 LG화학 여수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300여명은 민주노총 화섬연맹에 가입하고 ‘LG화학사내하청지회’라는 노조를 따로 설립했다. 저임금 문제 해결, 고용 불안정 등 하청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회사에 알리고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조의 다양화는 고도사회로 들어서면서 새로운 기업 질서가 확립돼 가는 과정”이라며 “기업의 성장 측면에서도 생산성을 담보로 하는 선진 노사 관계 구축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