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지하 청정 암반수를 끌어올려 만든 ‘삼다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생수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이런 삼다수의 아성에 새로운 브랜드 ‘제주용암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처럼 제주발(發) ‘생수 전쟁’이 시작되자, 제주도는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삼다수가 제주도의 지방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하는 물인 반면, 제주용암수는 사기업인 오리온이 생산한다. 결국 제주용암수가 팔리기 시작하면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도개발공사의 수익이 줄어들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지난 1일 온라인을 통해 제주용암수 판매를 시작했다. 2016년 제주토착기업 ㈜제주용암수의 지분 60%를 21억2400만원에 인수해 제주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제주도 구좌읍 한동리)에 생산공장 건설을 시작한 지 2년 만이다. 제주용암수는 530㎖와 2ℓ 두 종류가 온라인에서만 판매된다. 오리온은 제주용암수가 지하수를 그대로 끌어올려 불순물만 제거한 삼다수(먹는 샘물)와 달리, 염지하수에서 소금기를 제거해 만든 제품(혼합음료)이라, 미네랄이 많고 약알칼리성(pH 8.1~8.9)을 띄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제주도는 오리온이 생수를 시판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원희룡 지사가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생수제품 국내 시판은 안 된다고 분명히 알렸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오리온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원 지사는 3일 열린 오리온 생수공장 준공식에 당초 계획과 달리 불참했다.
제주도는 ‘혼합 음료’로 분류되는 제주용암수가 ‘먹는 샘물’인 제주삼다수의 경쟁 상대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오리온의 방대한 유통망과 홍보 전략에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현재 오리온은 제주도와의 불협화음으로 제주용암해수단지 입주기업관리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와 정식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계약 체결시 물 사용량 제한, 공급계약 불승인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제주 지하수 개발을 사기업에도 허가해준 게 도당국인데, 막상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려하니 훼방을 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3일 전화통화에서 “주력시장은 중국 동남아지만, 국내시판 없이 해외진출은 어렵다. 상식에 반하는 내용을 사업구상 단계에서 기업 임원이 말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지역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생수 판매와 관련해 오리온측에 사전 제한 조치를 문서 처리하지 않은 부분은 미비점이 있었던 것이라 인정한다”면서도 “도지사와 면담 자체가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구두로만 대화를 나눴다”고 해명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