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관세폭탄’에 글로벌 주식시장이 얼어붙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프랑스에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했다는 게 알려지자 미국과 유럽 증시가 폭락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도 유탄을 맞았다.
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38포인트(0.38%) 내린 2084.07에 장을 마쳤다.
전날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선언’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장중 한때 1%대에 이르는 급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외국인은 1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 순매도(2706억원) 물량을 개인(1271억원)과 기관(1165억원)이 떠받쳤다.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5만원, 8만원 선이 무너지며 4만9900원, 7만8700원으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4.92포인트(0.78%) 하락한 629.58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4.1원 오른 1187.2원에 마감했다.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64% 내린 2만3379.81에 장을 마쳤다.
다만 중국은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7개월 만에 50.02까지 오른 영향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0.31% 상승한 2884.70으로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선언은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를 기다리던 글로벌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한국을 관세 부과대상에서 제외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통화정책(평가 절하)을 비난하며 “철강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프랑스가 구글, 애플 등 IT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세’는 부당하다”며 24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프랑스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예고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도 “미·중 무역합의가 안 된다면 오는 15일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전방위적 보호무역주의 선언에 지난 2일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로 스톡스50지수는 2.08%나 떨어졌다.
미국발(發) 보호무역주의 여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패권 국가인 미국이 중국과 유럽, 남미 세 곳을 동시에 타격했다”며 “세계 교역 감소는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더 부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