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깜깜이 수사 부를 법무부 공보 훈령 개정해야

입력 2019-12-04 04:02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사건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의 금융위원회 국장 시절 비위를 조사하다 누군가의 압력으로 감찰이 중단됐고 유씨는 징계를 받기는커녕 이후에도 승승장구했다는 의혹이다. 감찰 무마 의혹이 사실이라면 엄중하게 단죄해야 할 권력형 비리다. 진상이 무엇이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지만 검찰은 수사 상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법무부의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난 1일부터 시행되면서 예상됐었다.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함과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하여’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이 규정은 언론의 검찰 취재를 극도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공소제기 전에는 혐의사실 및 수사상황 등 사건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다. 사건 담당 검사나 수사관은 언론과 전화통화를 포함해 개별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 민간이 참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예외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규정을 뒀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동부지검이 지난 2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형사사건공개심의위를 열어 ‘유재수 사건’에 대한 공개와 공개 범위를 결정했지만 의결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문공보관이 3일 오후 기자단을 만났지만 공보 원칙을 밝히고 정작 궁금한 수사 관련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면 언론의 검찰 감시·견제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새 공보 훈령은 검찰의 ‘깜깜이 수사’를 정당화하는 방패막이로 악용될 수 있다. 권력층과 결탁해 사건을 축소·왜곡하고 내부 비리는 무마해 온 검찰의 흑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피의자나 참고인 등의 인권을 보호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언론의 취재와 국민의 알권리가 지나치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나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등에 대한 수사는 알권리가 더 보장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국가 전체의 법익이 확대될 수 있다. 알권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법무부 공보 훈령을 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