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올 때쯤, 영화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건 연말 극장가를 채울 기대작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쟁쟁한 작품들로 라인업이 꾸려졌다. 충무로 대표 배우들이 연달아 출격하는데 할리우드 대작의 공세도 매섭다.
12월 개봉 예정작 가운데 눈에 띄는 작품은 네 편으로 압축된다.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주연의 코믹 드라마 ‘시동’(18일 개봉),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이 함께한 재난 액션물 ‘백두산’(19일), 최민식 한석규가 뭉친 사극 ‘천문: 하늘에 묻는다’(미정)가 차례로 관객을 만난다. 외화 중에는 동명 인기 뮤지컬을 영화화한 ‘캣츠’(24일)가 단연 이목을 끈다.
포문을 여는 건 ‘시동’이다. 가출 청소년의 어설픈 세상 적응기를 담은 동명 인기 웹툰을 영화화했다. 자유분방한 반항아 택일(박정민)과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상필(정해인)이 정체불명의 중국집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나 ‘진짜 세상’을 맛보게 되는 유쾌한 이야기를 그린다.
일단 마동석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단발머리에 머리띠를 두른 독특한 비주얼로 한눈에 웃음을 자아낸다. 전작에서 이병헌 이정재 등과 투톱 호흡을 맞춰온 충무로 블루칩 박정민,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을 통해 대세로 떠오른 정해인의 시너지도 기대 요소다. 연초 흥행한 ‘극한직업’의 뒤를 이어 코미디 강세 흐름을 탈지 주목된다.
‘백두산’은 백두산 폭발을 소재로 한다. 참신한 소재도 소재이거니와, 특급 출연진이 기대감을 높인다. 독보적인 연기력과 흥행성을 겸비한 이병헌과 하정우가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만났다. 여기에 마동석과 전혜진, 배수지까지 합류했다. ‘한국판 어벤져스’라는 비유마저 나온다.
극 중 이병헌은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대폭발을 막기 위해 비밀 작전에 투입된 북한 요원 리준평을, 하정우는 폭발물 처리반 대위 조인창을 각각 연기했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신작으로, 순 제작비 260억원을 투입해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다뤄진 적 없는 초유의 재난을 스크린에 구현해낸다.
캐스팅으로 치면 ‘천문’도 만만찮다.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두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가 ‘쉬리’ 이후 20년 만에 재회했다. 최민식이 조선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 역을, 한석규가 위대한 성군 세종대왕 역을 각각 소화했다.
영화는 세종과 장영실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를 다루는데,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최민식 한석규 외에도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오광록 김원해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으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캣츠’는 원작의 명성을 고스란히 이어받는다. 황홀한 음악부터 전율의 퍼포먼스, 압도적인 연기가 한데 어우러졌다. ‘4대 뮤지컬’로 꼽히는 원작은 영국 극작가 T S 엘리엇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1983년 초연돼 전 세계적인 흥행 신화를 썼는데,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을 통해 삶에 관한 통찰을 이끌어내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는 캐스팅부터 화려하다. ‘드림걸즈’의 제니퍼 허드슨과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극의 중심인 그리자벨라, 봄발루니아 역을 각각 맡았다.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의 톰 후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뮤지컬 음악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원작에 이어 기획·작곡에 참여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