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반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이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포괄하는 가장 종합적인 물가 지수로, ‘GDP 물가’라 할 수 있다.
3분기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2분기(-2.7%)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더 큰 문제는 하락 기간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하락했다. 하락 폭도 2018년 4분기 0.1%, 2019년 1분기 0.5%, 2분기 0.7%, 3분기 1.6%로 갈수록 커졌다. 한국은행에서는 올 4분기에도 GDP 디플레이터가 하락해 5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도 지난 1월(0.8%) 이후 11개월 연속 1%를 밑돌고 있다. 생산자물가도 마이너스다. 주로 총수요 부진으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지나치지 않다.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이 마이너스란 것은 성장동력이 급락해 물가로 나타나는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가상승률이 감안된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보다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를 더 잘 반영한다. 올해 1~3분기 누적 GDP 디플레이터 등락률은 -1.0%이고, 올해 연간으로도 -1.0%가량일 가능성이 크다.
경상성장률에서 물가상승률(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뺀 게 실질성장률이다. 정부와 한은이 예측하는 2.0% 전후를 올해 실질성장률로,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을 -1.0%로 보고 계산하면 올해 경상성장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다. 경상성장률이 2015~2017년 5% 안팎, 지난해는 3%였던 점에 비춰보면 얼마나 단기간에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추락했는지 알 수 있다. 1년 새 3분의 1토막, 2년 새 5분의 1토막 났다. 2.7%에서 2.0% 전후로 하락이 예상되는 실질성장률만 볼 게 아니다.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 중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물론 GDP 디플레이터 상승률까지 모두 마이너스로 떨어진 나라는 없다. 이처럼 경제가 무섭게 가라앉고 있는데 청와대는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이 효과를 내고 있다”거나 “경제가 견고하다”고 한다.
[사설] 경상성장률 1년 새 3분의 1로… 낙관론 펼 때 아니다
입력 2019-12-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