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휘하 특별감찰반원이었다가 1일 극단적 선택을 한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경찰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했다. 참고인 신분이었던 A수사관의 휴대전화를 신속히 확보한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경찰은 “숨길 것이 있느냐”고 반발했고,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의문 없이 규명하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A수사관의 휴대전화에는 백 부원장 휘하 특감반의 구체적 활동 내역을 입증할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검찰은 백 부원장의 지시로 별도 조직처럼 운영된 특감반이 있다고 의심해 왔고,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A수사관의 사망 원인 규명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전 울산 지역에서 ‘무거동팀’이라는 별칭으로 정보활동을 벌인 조직이 있었다는 의혹과도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2일 서초경찰서 형사팀에 수사 인력을 보내 A수사관의 휴대전화와 A4용지 9장 분량의 자필 메모를 확보했다. 검찰은 A수사관의 최근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복원해 그가 검찰 출석과 진술을 앞두고 누구와 접촉했는지, 압력을 받은 일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A수사관은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만을 남겼다.
경찰은 A수사관의 변사 이튿날 실시된 압수수색이 이례적이라고 반발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명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감식, 주변 CCTV 확인, 부검 실시 등 수사를 진행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 휴대전화에 대한 분석 등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입장을 냈다. 경찰의 자연스러운 수사 중 검찰이 증거를 압수했다는 취지였다. 검찰의 압박으로 A수사관이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정치권 등에서 제기됐다.
검찰은 대응 입장을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전 울산시장 관련 사건 수사 중 A수사관이 사망한 경위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주요 증거물인 휴대전화 등을 신속하게 보전해 고인이 사망에 이른 경위 및 본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문 없이 규명하고자 압수수색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법원에 소명했고,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됐다.
검찰은 특히 이번 사태를 “선거를 앞둔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된 사안”이라 규정하며 경찰서 압수수색의 배경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비서실장을 상대로 펼친 수사가 A수사관의 선택과 연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검찰은 경찰의 이 수사가 청와대의 뜻에 따라 김 전 시장 낙선에 영향을 미친 하명 수사였다는 의혹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수사관은 최근 지인들에게 청와대로부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관련 수사 상황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고 있다며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A수사관의 휴대전화에서 백 전 비서관, 그 휘하의 별도 조직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발견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유 전 부시장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에도 중요한 증거가 제시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A수사관 빈소를 찾아 2시간30분간 머물며 조문했다.
구자창 조효석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