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건설업자 악연 지방선거 때 무슨 일이…

입력 2019-12-03 04:07

김기현(사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김 전 시장 비리를 청와대에 ‘제보’하던 울산 인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이 보인 행태를 살펴보면 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김 전 시장 비위를 터뜨린 인물은 김 전 시장 동생 A씨, 형 B씨와 얽힌 건설업자 김모씨다. 김씨는 이들과 아파트 건설사업을 진행하다 불발되자, 두 형제를 경찰에 고소해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하여금 수사토록 만든 인사다.

김씨는 2014년 울산시 북구 신청동 일대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면서 A씨와 접촉하게 됐다. A씨는 형 B씨와 함께 토지개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김씨는 A씨에게 “아파트 건설 시행권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주면 30억원을 주겠다”고 했고, 용역계약서까지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파트 건설 시행권은 다른 업체에 돌아갔는데, 공교롭게 이 시행권을 따낸 곳이 B씨가 컨설팅한 업체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김씨는 A씨와 B씨 두 사람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고발장에서 “두 사람이 (당시 울산시장으로 당선돼 부임한) 김 시장 형제라는 점을 앞세워 부동산개발 컨설팅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차례 부정한 방법으로 건설사업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간접) 운영하던 시행업체가 해당 부동산의 문화재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그대로 건설 시행 승인이 났다”며 “울산시장이 개입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인(私人) 간의 이권다툼 여지가 다분하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러자 김씨는 2016년 이런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접수했다. 지지부진하던 해당 사건 수사가 반전을 맞게 된 것은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이 2017년 울산경찰청장으로 부임하면서부터였다.

황 청장은 이 사건과 함께 박기성 당시 울산시장 비서실장이 문제의 북구 신청동 아파트 건설에 부당한 권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해당부서에 적극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이 범죄첩보는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경찰청으로 이첩한 내용이었다.

울산경찰청은 2018년 3월 16일 울산시청 시장비서실 등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했고 김 전 시장 동생 A씨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박 전 비서실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울산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울산지검은 두 사람과 울산시 고위 공무원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경찰이 기소한 사건마다 무혐의 처분을 받자 지역 정치권에선 “황 청장이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말이 파다했다고 한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