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깡! 뚜깡! 깡깡.’
고속철이 지나는 서울 은평구 수색역 앞 ‘형제대장간’. 대도시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쇠메질’ 소리가 들려온다. 값싼 중국 제품과 시대의 변화에 밀려 대장간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이곳은 옛 장비를 그대로 사용하는 전통 대장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만든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서울만의 정서와 이야기를 오랜 시간 지켜온 가게를 선정하고 있다. 오래된 가게를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 표기 ‘노포(老鋪)’ 대신 ‘오래가게’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오며 손님들과 쌓아온 ‘정’과 ‘역사’가 오래가게의 재산이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가졌다. 최근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열풍에 맞춰 오래가게도 빛을 보고 있다. 서울시는 가게 주변의 오래된 맛집이나 산책로 볼거리 등을 엮어 관광지로 개발했다. 이를 온라인 플랫폼과 누리소통망을 통해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용산구 ‘개미슈퍼’는 100년이 넘어 개업년도조차 확인이 안 된다. 최근 이 주변에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서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었다. 이들이 가게 주인과 찍은 사진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중구 황학동 벼룩시장 안의 44년 된 ‘돌레코드’에서는 낡은 LP 전축에서 추억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명 영화배우와 탤런트들이 무조건 들렀다는 영등포구 여의도 사진관 ‘쌍마 스튜디오’는 개업한지 33년이 지났다. 여의도 방송가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가게 내부엔 영화배우와 연예인의 사진들이 가득하다.
이들 모두가 서울의 시간과 역사가 깃들어 있는 가게다. 특유의 정서와 매력을 가진 오래가게들이 대도시 서울을 더 정겹게 하고 있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