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한국 증시 저평가… 내년 코스피 비중 확대해야”

입력 2019-12-03 04:05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지루한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를 상대로 잇따라 ‘투자 확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선진국에 쏠렸던 자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신흥국 증시로 흘러 들어간다는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특히 내년에 국내 기업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된다면 증시도 바닥을 찍고 날개를 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외국계 IB들이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저평가’에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근 ‘2020년 아시아 신흥시장 전략’ 보고서를 내고 한국 증시 투자의견을 ‘비중 유지(equal-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한 단계 높였다.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2350선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가 그동안 부진했던 만큼 상대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측면에서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1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배 수준에 머문다. 국내 기업이 거두는 순이익이나 보유 자산에 비해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12개월 예상 PER은 18배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증시 투자기조를 ‘시장 비중(market weight)’에서 ‘비중 확대(overweight)’로 올렸다. 내년 글로벌 경기회복 흐름과 더불어 기술·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올해 -33%에서 내년 22%로 반등할 것”이라며 “반도체와 5세대 이동통신 등의 수요 증가가 이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의 제임스 설리번 아시아주식 분석 총괄도 최근 “한국은 비중을 확대할 핵심시장 중 하나”라며 “삼성전자 등 실적 좋은 종목들을 매수 리스트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모건스탠리는 미국 증시가 내년에 고점을 찍고 글로벌 증시보다 낮은 상승세를 보인다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한 경제전문가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연말 S&P500지수의 상승률 전망치는 3%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지수 역시 현재 수준보다 4% 정도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과 더불어 내년 미국 대선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됐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을 경계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상승 기대감을 낮추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난 7~8월처럼 크게 떨어져야 할 이유는 없지만 밸류에이션 수준을 뚫고 올라갈 만큼 긍정적으로 볼 요인도 아직 없다”고 진단했다.

코스피지수는 2일 전 거래일보다 3.96포인트(0.19%) 오른 2091.92로 거래를 마치며 사흘 만에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도 1.51포인트(0.24%) 상승한 634.50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3939억원을 순매도하며 18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