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에 혼자 사는 황모 할머니는 응급안전알림 장비를 설치하라는 양현영 119 응급요원의 권유를 계속 거부했다. 전기요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게 이유였다. 몇백 원밖에 안 나온다 해도 할머니는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전에도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 간 적이 있는 터라 양 요원은 할머니를 꾸준히 설득했고 할머니는 2017년 알림 장비를 설치했다.
지난 8월 29일 새벽 황 할머니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할머니가 양 요원에게 교육받은 대로 응급안전알림 버튼을 눌러 119 구급대를 불렀고, 남원의료원에서 맹장 수술을 받게 됐다. 9월 11일 오후 황 할머니의 119 신고가 또 떴다. 놀란 양 요원이 다급하게 전화하자 할머니는 “119 누르면 나한테 전화올지 알았어. 덕분에 수술 잘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서 눌렀어”라고 말했다. 양 요원은 “응급상황 후 고맙다는 전화를 하려고 응급 호출을 다시 누른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정보원은 2일 제주 라마다호텔에서 ‘2019년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알림서비스 성과보고 및 우수사례 발표회’를 개최했다. 양 요원은 이날 행사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2008년 도입된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홀로 사는 어르신과 장애인 가정에 응급안전장비를 설치해 위급상황 발생 시 119에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위급한 상태인 어르신이 일일이 숫자 ‘119’를 눌러야 하는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일반 전화처럼 생긴 이 장비는 버튼만 하나 누르면 119에 자동으로 신고가 들어가도록 설계됐다. 현재 전국에 약 9만9000개가 설치돼있다.
화재나 가스 센서는 이상 기운을 장비가 감지하면 자동으로 119에 신고되지만, 응급호출은 당사자가 직접 버튼을 눌러야 한다. 장비가 있어도 신고하는 방법을 모르는 어르신이 많아 119 요원은 가정방문 시 장비 이용법을 어르신에게 상세히 가르쳐준다. 덕분에 실제 직접 응급호출을 하고 병원에 이송되는 어르신이 많아졌다고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홀로 사는 어르신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응급안전알림서비스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