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비율 내년 4월에야 윤곽… 당장 고1부터 ‘깜깜이 입시’

입력 2019-12-02 04:07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후속조치로 내놓은 새 대입제도로 입시 현장은 한층 혼란스러워졌다. 교육부조차 ‘학교생활기록부 비교과영역 글자 수’ 등을 혼동하는 바람에 발표 당일(11월 28일) 배포한 자료를 긴급 수정하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복잡해졌다. 고교부터 초등학교까지 입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교육비 증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고교 1학년생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교육부가 현재 중3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3학년도부터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정시 비중은 40% 이상 늘리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지만, 한 해 앞선 2022학년도에도 40%까지 ‘유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상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가나다 순)다. 이화여대 정도를 제외하고 서울의 내로라는 대학이 거의 망라됐다.

따라서 고1 학생들은 당장 내년 4월 발표 예정인 대학별 수·정시 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얼마나 정시 비중을 올릴지에 따라 대입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 당장 올 겨울방학부터 ‘수능 대비 모드’로 들어가는 수험생이 나올 수 있다. 현재 고1 학생에게 정시의 문이 얼마나 넓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중3 이하는 수능이 한층 중요해졌다. 고교학점제용 대입이 시행되는 2028학년도(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수능의 대입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여전할 전망이다. 게다가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하는 인원 때문에 실질 정시 인원은 45%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시 확대 정책으로 수능 공부를 많이 한 선배(현 고1)들이 대거 재수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정시 경쟁률은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중2부터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많이 바뀐다. 학종은 기본적으로 대학이 선호한다. 따라서 정시 40% 정책이 시행되면 서울 소재 대학들은 학종과 수능의 비중을 6대 4 내지는 5대 5로 단순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교육부가 학생부에서 동아리·봉사·진로 활동이나 수상경력 등을 대입에 쓰지 못하도록 했다. 비교과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내에서만 허용했다.

따라서 내신 성적과 함께 교과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판단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학종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선 내신 성적이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졌고, 자신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면접 대비나 신종 스펙을 찾기 위한 컨설팅 사교육을 찾을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하는 혼돈 그 자체다. 정부 예고대로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고 입시 명문 일반고들이 누리고 있는 선발권도 일부 제한되는 등 대규모 고교체제 변화가 예고돼 있다. 수능의 경우 논·서술형 문항이 포함되는 ‘미래형 수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계와 시도교육감들은 정시와 수시를 통합하자는 주장도 내놓은 상태다. 물론 오는 2022년 5월 치러지는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대입과 고입 및 고교 체제가 처음부터 새로 설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