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포인트 ‘민생 본회의’ 열라

입력 2019-12-02 04:01
지금의 국회 파행은 선거법 ‘밥그릇 싸움’에 민생·경제 팽개친 파렴치 행태…
민생법안부터 처리하고 싸우라


국회가 연말을 맞아 어김없이 파행하고 있다. 지난 1년 내내 파행 아닌 적이 거의 없었지만 갈등을 정리할 시한이 닥쳐오자 더욱 극한 대립에 빠져들었다. 자유한국당은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법안 처리를 저지하고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공존의 정치가 종언을 고했다”고 선언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시한을 불과 하루나 이틀 남겨둔 마당에 협상은 실종됐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할 회기 변경의 꼼수와 이를 막아낼 더 극단적인 전술만이 제각기 거론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다툼과 아무 상관 없는 민생·경제법안이 정쟁의 볼모가 됐다.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교통안전법, 빅데이터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데이터 3법’,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려는 ‘유치원 3법’ 등은 국회 통과의 목전에서 길을 잃었다.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했으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습과 민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국회에서 계속 표류할 경우 자동 폐기의 운명을 맞게 된다. 이 법안들은 그나마 관심 갖는 국민이 많아 이렇게 거론이라도 되는 것이다. 역대 최저 수준의 입법 실적을 보인 20대 국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법안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국회가 스스로 막장이 되기를 택하며 극한 대립에 나선 까닭은 아주 명확한데, 선거법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의 향배는 내년 총선에서 정당과 의원들의 밥그릇을 좌우한다. 검찰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함께 있지만 이 국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선거법 개정안과 비교하기 어렵다. 애초에 두 사안을 한데 묶은 것부터 의원들의 거취와 직결된 선거법에 연계해야 검찰 개혁 법안의 추진 동력이 확보되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금의 파행은 의원들이 배지를 유지하느냐 마느냐, 정당이 의석을 얻느냐 잃느냐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여야가 밥그릇싸움을 하느라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친 국회. 이보다 더 정확하게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상황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민식이법, 데이터 3법, 유치원 3법을 비롯한 위기의 민생·경제법안들을 살려야 한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이 말한 대로 원포인트 ‘민생 본회의’를 열라. 배지 지키겠다고 이런 법안들을 뭉개는 것은 파렴치한 직무유기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제외한 비쟁점 법안부터 먼저 처리하기 바란다. 그런 뒤에는 싸우든 말든 알아서 하라. 국회의원 지역구가 225석이든 250석이든 국민은 별 관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