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치밀하고 교묘해지는 보이스피싱

입력 2019-12-02 04:01

“엄마, 나 문화상품권 사야 되는데^^ 신용카드랑 주민등록증 사진 좀 찍어 보내주세요.”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은 어머니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당연히 친아들이 보낸 메시지라 여겼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친아들 이름이 떠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신용카드와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어보냈고, 느닷없이 신용카드로 93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떴다. 문화상품권 가격치고는 너무 많은 돈이었다. 아들에게 확인차 전화를 건 뒤에야 보이스피싱(전화사기)이었음을 알게 됐다.

A씨는 “안마의자 42만3000원 결제 완료”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안마의자라니 사지도 않았는데’ 싶어 그는 문자를 보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서울말’로 “금감원 콜센터입니다”라고 했다. A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아무래도 체크카드 해킹을 당한 것 같은데요. 주민등록번화와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알려주세요”라고 했다. A씨는 시키는 대로 은행계좌 OTP번호까지 알려줬다. 전화를 끊고 계좌를 확인하니 6000만원이 빠져나간 뒤였다.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정교하고 치밀해지고 있다. 계좌나 신용카드로 돈을 빼내는 1차 범죄뿐 아니라 빼돌린 주민등록번호로 2차, 3차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는 보이스피싱 피해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한 이들에 대한 분석 결과를 1일 발표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로 주민등록번호 변경까지 신청한 이들은 재산 피해뿐 아니라 유출된 주민번호로 2, 3차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었다. 검찰·경찰을 사칭한 범죄 연루·협박 사기가 73건(51%)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기관을 사칭한 금융 지원 명목 사기가 64건(44.8%)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95.8%에 이른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자는 여성이 90명(57%)으로 남성 68명(43%)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9명(24.7%), 50대가 42명(26.6%)으로 다수였다.

재산 피해액은 다양했다. 1인당 1000만~5000만원이 66건(54.1%)으로 가장 많았고 100만~1000만원이 31건(25.4%)으로 뒤를 이었다. 신청인 중 한 명은 약 3억원의 피해를 봤다. 주민등록번호변경위는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보이스피싱에 따른 피해를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한 158건을 심사해 이 중 143건의 변경을 허가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