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물 살아야 강도 산다”… 미자립교회 부축 ‘뜨거운 손’

입력 2019-12-02 20:51

한국교회에서 미자립교회의 비율은 적게 잡아도 70%를 넘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교회 안팎의 각종 악재로 이 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미자립교회를 살리기 위해 온몸으로 애쓰는 단체가 사단법인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이며 그 중심에는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선교회 박재열(사진) 목사가 버티고 있다.

박 목사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적게는 15개, 많게는 150개 교회를 선정해 월 30만원씩 전도 물품과 전도 후원금을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18년 동안 무려 1800여 교회가 박 목사의 도움을 받았고 그 중 80% 정도가 미자립의 멍에를 벗어던졌다. 뿐만 아니라 박 목사는 이들 교회를 위한 특별한 훈련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바로 ‘목회사관훈련’ 프로그램이다.

미자립교회들의 형편이 늘 그렇듯이 시작할 때는 정말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목회사관훈련에 참여한다. 매년 1월에 하는 목회사관훈련 선정 세미나에 지원해 전도실습을 거쳐 선정되면 1년간 월 30만원 정도 물품과 현금을 6대4 비율로 지원한다.

1월 첫 모임에서 서약서를 쓰고 두 달에 한번 동선교회에 모여서 사역을 점검받고 영적 충전을 이룬다. 수많은 교회가 서약서대로 열심히 전도하고 기도하고 추우나 더우나 시키는 대로 했더니 교회가 어느덧 부흥되고 소문도 좋게 나고 설교할 맛이 난다고 간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전국 훈련교회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매년 90% 이상의 교회가 지치고 힘든 상황에서 새 힘을 얻었고 숫자적으로도 늘어나게 되었다. 특히 목회를 포기하고자 하던 교회가 새롭게 일어서는 의욕을 갖게 되었다. 또 지원교회들 중 50~500% 이상 부흥을 이룬 교회가 70% 이상 되고 그 중 몇몇 교회는 이 훈련을 기초로 삼아 3~4년 안에 교회건축을 하고 자립을 이루기도 했다.

예장통합 측 한 노회의 위탁교육을 받은 5개 교회 중 3개 교회가 자립을 선언해 교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아도 일어설 수 있게 됐다. 춘천의 한 작은 교회는 시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개척한지 10년이 지나도 30명 남짓 모이다 목회사관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90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하게 됐다.

작은교회 살리기운동본부 2019년 1월 첫 모임의 선서식 모습.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의 목회사관훈련은 지난 2014년부터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다. 첫해 중국과 필리핀에서 미자립교회를 대상으로 한국에서의 서약서 내용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 지원자를 모집했다. 10개 교회가 1년간 청장년 30명 이상에게 세례를 주거나 20~70명 이상 부흥시키면 각각 5000위안, 4만페소를 시상하기로 했다. 일부 교회는 서약서대로 할 자신이 없다고 포기하기도 했으나 10개 교회씩 지원해 중국 2개 교회, 필리핀 3개 교회가 목표를 달성했다.

이런 소문이 번져 2016년부터는 60~70개 교회가 그룹을 이뤄 자기들끼리 모임을 갖고 현지 한국 선교사를 중심으로 교회부흥을 위해 전도와 기도에 전심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선 정부의 탄압으로 주춤한 상태이다. 그 대신 2018년부터 인도의 미자립교회들을 선정해 올 5개 교회가 열심히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이사장 박 목사는 앞으로도 이 훈련을 지속하면서 더욱 발전시키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냇물이 살아야 강이 살 수 있듯이 한국의 작은 교회들이 살아야 한국교회가 삽니다. 어려운 미자립교회 한 곳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이 사역을 계속할 것입니다.”

목회사관훈련의 가치는 지난 2016년 연합전도를 마친 뒤 예수사랑교회 한임목 목사가 쓴 ‘영혼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7행시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귀한 걸음 걸음/ 주님이 함께하시는 걸음/ 아름다운 발길로/ 영혼을 향하여/ 생명을 등에 지고/ 함께 나아갑니다.// 귀한 손길 손길/ 주님이 붙잡으시는 손길/ 고귀한 손길로/ 영혼을 살리려/ 사명을 가지고/ 함께 나아갑니다.// 귀한 외침 외침/ 영혼을 향한 간절한 외침에/ 영혼은 깨어나고/ 주님을 찾기에/ 오늘도 주님이 함께 하시어/ 주님의 생명을 흘러 보냈습니다.// 주렁주렁/ 맺은 열매/ 주님은 미소지으며/ 생명의 피/ 사랑의 보혈로 덮어주시니/ 오늘도 기쁨으로/ 주님 앞에 서 봅니다.”

▒ “이젠 자립했습니다”… 곳곳서 보내온 사연들

필리핀10교회 합동 세례식.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 목회사관훈련 과정을 통해 미자립교회가 자립하게 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강원도 춘천의 한 작은 교회는 시 외곽지역에 위치하고, 개척한 지 10년이 지나도 30명 남짓 출석에 그쳤으나 목회사관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80~90명이 출석하는 성장을 이뤘다. 목회사관훈련 서약서대로 목회자 부부가 열심히 꾸준히 전도하다 보니 열매도 나타나고 점점 부흥된 것이다.

또 다른 순복음교회는 조별전도를 통해 학생만 40명 이상 부흥되는 역사가 있었다. 주변에서 교회 소문도 좋아지고 조원 교회들이 형제 같은 모임이 되었고, 영적인 교제가 깊숙히 이뤄지고 있다. 목회사관훈련 프로그램대로 열심히 뛰어 교회도 살고 조원 교회들도 살고 하나님의 역사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만도 몇몇 사례가 한국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에 보고됐다.

“매주 목회사관훈련 서약서대로 최선을 다해 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목회자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계발과 영성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되도록이면 절제하고 가능한 상황이면 목회와 관련 없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더딘 듯하였지만 6개월 후부터는 외부의 성도들도 예배에 오고, 비신자들도 주일예배 때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0명의 출석성도가 50명을 넘었습니다.”(더블레싱교회 김희 목사)

“열심히 전도하는 동안 계절이 바뀌었고, 두 가지 역사(반응)가 나타났다. 하나는 ‘꿈의교회’가 열심히 전도한다는 소문이 났고, 또 하나는 예배 참석성도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교인들도 교회도 활력이 넘쳐났다.”(꿈의교회 박찬영 목사)

“작은교회살리기운동본부는 교단신문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노회 추천을 받아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첫 모임에 참석하고 1년간에 프로그램을 듣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어려운 재정을 생각하면 그리고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신 주님의 말씀을 생각해보면 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쉽게 가질 수 없었던 것은 호흡기장애 3급으로 조금만 피곤하여도 응급실로 달려가야 했고 특히 기후에 민감하고 바이러스 침투에 항상 예민하기 때문에 그동안도 소극적인 목회를 해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은 참가하게 됐고 그 결실을 얻었습니다. 동선교회 박재열 목사님을 비롯한 성도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지친 사역에서 소망을 찾은 목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