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특이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의 행색도 그렇지만 살아가는 방식이 여느 사람과 다르기 때문이다. 괴짜나 기인으로 불리기도 할 정도다. ‘굿스토리.닷컴’ 심동철(60·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으로 특징지어지는 그는 외모에서부터 여느 사람과 달라 보인다. 거기다 늘 묵직해 보이는 등가방을 메고 다니는 그는 여러 가지 일을 한다. 특히 각계 인사들을 만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를 보는 이들로서는 색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심 대표는 별다른 일이 없으면 자신이 출석하는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의 예수인교회(민찬기 목사)에 상주하다시피 한다. 교회 일도 하고 주위 어려운 이웃도 돌보면서 나름대로 복음전도에도 힘쓴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그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심 대표의 정확한 직업은 작가이자 기업컨설턴트다. 그가 세운 ‘굿스토리.닷컴’도 그런 일을 하는 일종의 기업이다.
먼저 작가로서의 그는 기존 장르와 경계를 초월한 자신만의 독특한 글을 쓴다. 정형화된 틀을 무시한 그의 글은 어찌 보면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지만 내용과 깊이 면에서는 여느 유명 작가의 글 못지않다. 일종의 칼럼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그의 글은 시간과 장소와 대상을 불문하고 다양한 풍자와 해학으로 핵심을 찌른다. 그래서 그의 글은 곱씹을수록 색다른 맛이 느껴진다.
그는 글뿐만 아니라 ‘창작서예’라는 장르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 자신이 개발한 창작서예는 여러 가지 의미의 내용을 담은 글이나 그림을 붓으로 쓰거나 그린 것이다. 물론 그 작품에는 내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따라 붙는다.
그는 ‘디지털 김치장수 이야기’ ‘가문의 부활’ ‘촌철활인12’ ‘인생김치 이야기’ 등의 단행본을 냈다. 이들 저서 또한 기존의 틀을 벗어난 자유분방한 내용과 편집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하나같이 ‘인생’과 ‘신앙’에 대한 깊은 고뇌와 천착이 담겨 있다. 특히 인생배추로 인생김치를 담근다는 ‘김치 死五論’을 만들어낸 그의 사고는 경이로울 정도다. 최소한 다섯 번은 죽어야 숙성된 김치가 된다는 내용이다.
캘리그라피로도 불리는 그의 창작서예는 이미 수많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깊은 묵상기도 가운데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마다 일필휘지로 만들어낸 작품들은 오묘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기업컨설턴트로서의 그는 감성과 이성을 결합한 특이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뤄진다. 특급호텔에서 근무한 뒤 사업을 하다 예기치 못한 부도로 절망의 낭떠러지에 서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해낸 그의 전략은 가끔 이 시대상황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서강대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얻은 지식도 그의 전략수립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현재 그가 컨설팅해주는 국내 기업만도 여러 곳이다.
그는 사업도 전쟁과 마찬가지로 게릴라전을 펼쳐야 생존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나름의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소규모 점조직을 근간으로 하는 인적 네트워크에 온라인 네트워크를 결합시킨 통합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때 처절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다. 직장을 나와 인테리어업을 하던 중 뜻밖의 부도로 한때 도피자가 되기도 했다. 2년여 칩거와 기도, 묵상 속에 지내다 3만원의 현금과 고물 컴퓨터 하나로 김치장사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디지털 김치장수’였던 그때 그는 인생의 많은 것을 깨우쳤다. 자살 직전까지 가는 연단을 겪으며 ‘김치 死五論’을 고안해낸 것도 그때였다.
무엇보다 그는 그때의 연단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깨끗하게 하려는 훈련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떤 사명을 맡기시려 한다는 확신도 갖게 됐다. 그러면서 그는 늘 기쁘고 담대해졌다. 그리고 죽음의 골짜기에서 자신의 가야 할 길을 깨달았다.
결론은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의지였다. 난세의 생존 비법은 다른 데에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을 믿고 온통 내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극한고통 속에서 얻어낸 깨달음이었다. 그는 “사생결단의 기도를 하던 중 하나님의 숨겨진 뜻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는 “나에게 아무 대안이 없을 때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감당할 만한 시험을 허락하시고, 피할 길도 함께 주신다’는 말이 진실임을 알게 하셨다”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과 함께하면 세상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수인교회 안수집사인 그는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걸 드리고 싶어 한다. 주위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일에도 앞장선다. 그는 “물욕을 버리면 부자가 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는 ‘인생김치장수의 사랑의 편지’라는 전단지를 만들어 주위에 나눠준다. 자신의 인생체험과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그의 개성적이고 도전적인 전도방법이다. 이에 대해 그는 “먼저 구원 받은 자로서 은혜에 보답하고, 다음으로는 세상 물결을 보고 두려워하는 이웃에게 나의 고백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라고 한다.
그는 요즘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면서 전국을 돌며 강연도 한다. 한국표준협회를 비롯한 몇몇 단체와 기업에선 고정 강사로 자리를 잡았다. 가끔 교회와 신학교 등의 초청을 받아 신앙간증도 한다. 기독교채널 TV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그러다 보니 나름의 팬들도 확보했고, 그들과 이메일과 SNS로 교류하고 있다.
최근 그는 자신의 전도 전단지에 이런 글을 썼다.
“여러분, 혹시 인생중병에 걸려 백약이 무효일 때 신약구약(성경) 한번 복용해 보세요. 그 속에 들어 있는 ‘예수님표 사랑의 묘약’은 인생 버림 받았을 때, 허기질 때, 황혼에 낙엽이 무상하게 떨어질 때 특히 유효합니다. 한 마디로 만병통치약입니다. 완치 판정을 받은 체험자의 고백입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