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하명 수사 및 선거 개입 관련 여러 의혹이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비서관인 백원우(사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향하고 있다. 백 부원장이 민정비서관실에 ‘별동대’ 격의 별도 감찰팀을 두었다는 의혹이 불거진데 이어 그가 타 비서관실의 업무 영역을 넘나든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안에 직제에 없는 별도의 감찰 인력이 가동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 입수 및 문건 제작에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과 경찰 등에서 파견받은 15명을 반부패비서관실과 민정비서관실에 각각 9명, 6명을 배치했다. 제기된 의혹은 민정비서관실에 파견된 6명 중 일부가 본래의 업무가 아닌 감찰 업무를 맡았다는 것이다. 민정비서관실은 여론 동향 파악 및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하므로 다른 감찰 업무를 맡았다면 문제가 된다. 감찰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 중 경찰 출신은 청와대 파견 중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해 계속 민정수석실에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민정비서관실에 별동대라는 2명의 특감반원이 있다고 하는데, 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을 담당하는 민정비서관실 소속 감찰반원”이라고 밝혔다.
노 실장은 또 “민정수석실의 특감반이 울산 현장에 갔던 이유는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서로 다투는 것에 대해 부처간 불협화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없을까 해서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백 부원장이 김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경찰청에 이첩하는 게 기준에 위배된다는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실무진의 견해를 듣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정수석실 내 비서관실 간 업무의 선을 넘었다는 얘기다.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김태우 전 수사관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 나와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제보자를 소개받아 모 업체의 유착 관계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너무 민간업자들의 이권 다툼에 개입한게 아니냐’며 ‘킬’ 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그로부터 한달 뒤 백 전 비서관이 이 반장을 압박해 강제로 경찰청에 첩보를 이첩시켰다”고 말했다. 백 부원장이 민정비서관실 소관 업무를 벗어나 월권을 했다는 얘기다.
백 부원장이 고유의 업무 영역을 벗어난 사례는 또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에서 백 부원장은 그의 비위에 대한 감찰 결과를 금융위원회에 통보한 당사자다. 하지만 고위공직자 비리를 담당하는 곳은 반부패비서관실이다. 왜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아닌 백 부원장이 이 일을 맡았는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김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백원우 민정비서관실이 어떻게 입수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첩보는 김 전 시장 일가에 관한 방대한 정보가 담겨 있어 민정비서관실이 직접 생성했을 가능성은 낮다. 정치권에서는 첩보가 주로 울산에서 벌어진 일을 담고 있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 후보 편에서 만들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한편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가 경찰에 김 전 시장 수사를 압박했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지적에 “압박한 적 없다”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김 전 시장 관련 비리) 첩보를 이첩하기 전에 이미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김 전 시장을 감찰한 적도 없다면서 “청와대의 조사 대상이 아니어서 그대로 (첩보를 경찰에) 이첩했다”며 “이첩을 안 했다면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구승은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