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합의 깬 지 5일 만에… 북한, 초대형 방사포 추정 2발 발사

입력 2019-11-29 04:06
지난달 31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초대형 방사포가 발사되는 모습. 북한은 28일 함경남도 연포에서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2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연합뉴스

북한이 28일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2발을 동해상으로 날렸다. 지난 23일 서해 접경지역인 창린도에서 해안포 여러 발을 발사하며 9·19군사합의를 깬 지 5일 만이다. 북한은 한국 군 당국이 9·19군사합의 위반에 항의문을 보낸 데 대해 신형 무기 발사로 응답한 셈이다. 군 당국은 올해 처음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군은 오후 4시59분쯤 북한이 함경남도 연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 비행거리는 약 380㎞, 고도는 약 97㎞로 탐지했으며, 추가 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진 합참 작전부장은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올해만 네 번째로 초대형 방사포를 쏘며 연속발사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사 간격이 30여초로 가장 짧았다. 지난 8월 24일 첫 발사 때는 17분 간격으로 쐈으며, 9월 10일에는 19분 간격으로 2~3발을 쐈는데 1발은 발사 후 동해 인근에 추락했다. 지난달 31일 발사 때 3분이었던 발사 간격이 이번에 2분30초가량 단축된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연포에 있는 비행장에서 신형 무기를 시험발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쏠 수 있는 비행장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날 발사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가 열리지는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서 NSC 상임위원회 종료 후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 상황과 관련해 별도 회의를 진행 중에 발사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 지도통신망을 통해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이 대응책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한국 정부와의 대화 의사가 없다는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군사 행보를 부각하며 긴장 수위를 높여 왔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를 요구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정도 거절한 바 있다.

북한은 미국 워싱턴DC 시간으로는 28일 새벽 2시59분에 발사했다. 미국을 향해 북한이 스스로 시한을 12월로 정한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최대한의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날 발사는 재래식 해안포 발사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13번째 이뤄진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우리나라(일본) 영역과 배타적경제수역(EEZ) 낙하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거듭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에 심각한 도전”이라며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와 연계하면서 경계 감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최근 대북 정찰을 강화하며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비했다. 이날 미 공군의 지상감시 정찰기 E-8C 1대에 이어 미 해군 소속 정찰기인 EP-3E 1대가 수도권 상공에서 대북 정찰비행을 했다. 한·미 군 당국은 이날 발사에 앞선 김 위원장의 동선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5형’을 발사하며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2년이 되는 29일 한·미를 위협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