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빈 “존슨 총리, 美에 NHS 팔아넘기려 했다”

입력 2019-11-29 04:05
기자회견을 통해 유출 문서를 공개하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여유 있게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강경파인 존슨 총리가 번번이 하원에서 막힌 유럽연합(EU)과의 협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커졌다. 다만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영국의 자랑’으로 꼽히는 공공의료서비스 국민보건서비스(NHS)를 논의 대상에 올렸다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27일(현지시간) 12월 12일 치러질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더타임스가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조사한 결과 ‘만약 오늘 선거를 치를 경우’ 보수당은 전체 하원의원 650석 중 35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7년 총선 때보다 42석 증가한 수치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예상 의석수는 211석으로 지난 총선 대비 51석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더타임스는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이 1983년 마이클 풋 대표 이후 전후 두 번째로 최악의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43석, 자유민주당 13석, 웨일스민족당 4석, 녹색당 1석으로 예상됐다.

그나마 보수당과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구가 많다는 점이 노동당의 위안거리다. 12월 12일 선거일까지 이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면 결과를 바꿔볼 수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영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 협상에서 NHS를 논의 대상에 올렸다는 주장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지도 눈길이 쏠린다. 코빈 대표는 이날 런던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51쪽짜리 양국 간 무역·투자 워킹그룹의 유출 문서를 거론하며 존슨 총리가 NHS를 민영화해 미국에 팔아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문서에는 영국 관료가 복제약품의 NHS 접근권을 둘러싼 특허권 이슈가 핵심 검토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나온다”며 미국 측이 자국 기업의 특허권을 장기간 적용하기 위해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허권 적용이 길어진다는 것은 비싼 약값을 의미한다”며 “그 결과 국민 생명이 위험에 처해진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코빈 대표는 “미국 약값이 영국보다 평균 250% 높은 이유는 거대 제약회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허제도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보수당은 “NHS는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문서는 이미 두 달 전에 온라인 등에서 공개된 것이라며 노동당 지도부가 이 문제를 끄집어낸 것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