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이 스포츠에 푹 빠졌다. 강호동 서장훈 안정환 등 스포테이너(스포츠 스타+엔터테이너)의 활약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예능이면서 일면 스포츠 경기 같기도 한 프로그램들이 예능계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를테면 ‘스포테인먼트형 예능’이라 부를 수 있겠다.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을 모아 오합지졸 조기 축구팀을 꾸린 ‘뭉쳐야 찬다’(JTBC)는 이런 트렌드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마니아층이 탄탄한데, 6~7%(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시종일관 ‘허당’ 매력을 보여주는 ‘농구대통령’ 허재를 비롯해 이만기(씨름) 양준혁(야구) 이봉주(마라톤) 등 ‘아재’들이 티격태격하며 성장하는 모습이 이 예능의 백미다. 김성주 김용만 정형돈 등 예능인들이 감칠맛을 더한다. 그런데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 과거 전설들이 낯선 경기장을 땀나게 뛰어다니거나 감독 안정환의 지도 아래 치열한 훈련을 하는 장면들이다. 여기서 때때로 제대로 된 축구 경기를 방불케 하는 화면들이 펼쳐진다.
30일부터 방송되는 ‘씨름의 희열’(KBS2)은 씨름 대회를 아예 예능 안으로 옮겼다. 천하장사 출신 이만기와 김성주 붐 등이 거들지만 주인공은 씨름선수들이다. 화려한 기술로 무장한 16명의 씨름선수가 천하장사 타이틀을 놓고 맞부딪친다. 최재형 CP는 “30년 전 씨름은 그야말로 국민스포츠였다”며 “한때 68% 시청률까지 기록했던 씨름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스포츠가 가진 이런 대중성은 최근 예능이 스포츠로 점차 눈을 돌리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 않나. 시청자와 예능 모두 스포츠 자체가 가진 그런 의외성과 게임성을 오랜 시간 선호해왔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 연예인 야구단의 이야기를 그린 ‘천하무적 야구단’(2009)이나 강호동 이수근 등 연예인들이 여러 스포츠 종목에 도전하는 ‘우리동네 예체능’(이상 KBS2·2013) 등이 꾸준히 등장해 인기를 끌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출연자의 애드리브나 게임 등을 통한 재미 못지않게 운동의 기능적 재미를 충실히 전하는 데 집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배우 지성의 첫 리얼리티 예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RUN’(tvN)이 그렇다. 내년 1월 중 방송되는데, 지성 강기영 황희 이태선이 이탈리아 피렌체 국제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다. 작위적 이야기보단 달리기 본연의 즐거움이 듬뿍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현실 PD는 “최근 달리기를 통해 자존감과 건강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시청자들이 멤버들의 달리기를 지켜보면서 러닝에 대한 대리 만족과 위로를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