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30년 후의 ‘1인당 조세 부담액’을 예측한 결과를 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2%로 가정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40%로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계산된 거다. 올해 조세 총액은 387조8000억원이다. 하지만 2050년 세금은 1221조1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30년간 3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1인당 조세부담 비율이 3배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줄기 때문이다. 조세 총액을 생산가능인구로 나누면 ‘1인당 조세 부담액’을 구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1인당 조세 부담액은 1034만원이다. 하지만 2050년엔 4817만원으로 3배가 아닌 5배 정도 증가한다.
조세 부담액 증가는 우리나라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인구층인 베이비부머(1955~74년생)가 내년부터 20년간 매해 평균 80만씩 고령인구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늘어난 세금은 누가 내나? 젊은층이 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부담액이 수배로 늘면 젊은층은 태어난 게 죄라며 푸념할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어느 경우든 지금 같은 재정지출 구조로는 한 세대를 버티기 어렵다”고 말한다. 젊은이들도 악전고투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돈이 없어 결혼도 미루고, 아이도 낳지 않는 마당에 생판 본 적도 없는 노인들을 챙기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복지의 짐이 조금만 더 무거워지면, 이들은 곧 무너져버릴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단 하나다. 고령자들도 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치솟는 복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비틀거릴 것이다.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는데 노인들도 일하라고? ‘젊은이들을 위해 86세대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한 상황에서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 잠깐 간단한 산수를 해보자.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들의 평균 은퇴 연령이 50대 중반이다. 나머지 45년은 ‘부양인구’란 이름으로 누군가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베이비부머들을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고령자로 취급하며 뒷방에 몰아넣는 순간 우리 사회는 복지비용 상승, 재정 압박, 세대 간 갈등으로 큰 혼란을 겪을 것이다. 나라의 곳간엔 이들의 여생을 돌봐줄 만한 충분한 돈이 없다. 그러니 이들도 노동시장에서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김태유 교수가 ‘은퇴가 없는 나라’에서 주장했던 ‘이모작 사회’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요지는, 100세 시대에 인생의 반 정도는 일을 하게 해야 이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거다. 그는 인생을 25~50세까지의 ‘전반’과 50~75세 이후의 ‘후반’으로 나누어 직종을 바꿔 일하는 ‘이모작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모작 사회는 일종의 ‘세대 간 분업’ 전략이다. 젊은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잘하고, 새로운 지식도 거부감 없이 잘 흡수한다.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도 있다. 정보처리 속도도 빠르고 정확도도 높다. 이렇게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이 풍부할 때는 기초과학, 첨단기술, 산업디자인 등의 가치를 창출하는 쪽에서 일하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반면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경험과 연륜이 증가한다. 인생의 단맛, 신맛, 쓴맛, 짠맛을 모두 경험한 50세 이후에는 복잡한 사회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인지적 기능인 결정지능(crystallized intelligence)이 발달한다. 이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긴 시간과 축적된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50세 이후엔 서비스·관리·행정·사무 계통 분야에서 일하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이들이 놀면 ‘사회적 자원’도 낭비되는 셈이다. 이런 이모작 사회는 ‘직업의 세대 간 분화’를 통해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22년부터 기업에 고용 연장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의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고령화가 더욱 깊숙이 진행된다면 정년의 실질적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고용 연장 논의는 크게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년층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대체’가 아닌 ‘보완’되는 쪽으로 ‘세대 간 분업’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마강래(중앙대 교수·도시계획부동산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