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8일’ 황교안 의식 잃고 병원행… 교집합 못 찾는 선거법

입력 2019-11-28 04:06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8일째 단식을 하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후 11시쯤 의식을 잃은 채 구급차에 실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여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밤 병원으로 이송됐다.

단식 8일째인 황 대표는 이날 오후 11시쯤 단식 농성을 벌이던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텐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농성장 주위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는 황 대표를 태우고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했다. 황 대표는 현재 심각한 탈수 증상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황 대표가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던 사이 선거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 부의됐다. 여야는 어떻게든 선거법을 합의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날에도 교집합을 찾지 못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회의를 열고 합의 가능한 ‘매직 넘버’(최적의 숫자)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여야 3당 원내대표도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날도 평행선을 달렸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과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 조배숙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이 이날 국회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논의하는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최종학 선임기자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상기구의 대표들은 첫 회의를 열고 선거법 개정안 처리 방향을 논의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원안인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은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본회의 통과가 가능한 안을 찾기 위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안으로 거론되는 ‘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60석’과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대한 논의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각 당이 원하는 의석수가 다르고 의원 정수에 대한 입장도 달라서 매직 넘버를 찾기가 쉽진 않아 보인다. 현재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연동형 비례제 100% 적용안에 대해 정의당은 원안보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크게 후퇴한 것이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사표를 방지하고 표의 비례성 확보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평화당과 대안신당은 지역구 의석수 축소를 최소화하려 한다. ‘지역구 270, 비례대표 0’을 제시한 한국당도 지역구 의석수가 줄어선 안 된다는 데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지역구 숫자를 줄이지 않는 동시에 비례성을 유지하려면 결국 의원 정수 확대가 불가피한데, 이 또한 각 당의 입장이 엇갈린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반대하는 반면, 나머지 야당들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2시간가량 회동했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 때문에 한국당이 도통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의 게임의 룰인 선거법 처리 시한이 촉박해지면서 한국당에서도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당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발언이 주를 이뤘지만, 한편에선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은 수용 가능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치권에선 현실적으로 원안 상정이나 의원 정수 확대는 어렵기 때문에 ‘지역구 240~250석에 연동형 비례제 적용’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여야가 매직 넘버를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변에선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에 연동형 비례제 50% 적용안에 대한 검토도 이뤄지고 있다.

이가현 박재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