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올해 7월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4월 총선 직전에 열릴 경우 대한민국 안보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미국 고위급 인사에게 전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말을 거둬들이라”며 강한 어조로 나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일부 언론은 27일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미국 방문 중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에게 내년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의원들에게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미 당국자에게 미·북 정상회담을 총선 전에 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한 적이 없다. 또 이번 3당 원내대표 방미 과정에서 미 당국자에게 미·북 회담 시기와 관련한 어떠한 요청도 한 바 없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후 논란이 확산되자 나 원내대표는 추가 입장문을 통해 “올해 방한한 미 당국자에게 ‘지난해 지방선거 전날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1차 미·북 정상회담과 같이 또다시 총선 직전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한반도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정상회담의 취지도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에서 비건 부장관 지명자에게 말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7월 한국에서 볼턴 전 보좌관에게 우려를 전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시기와 대상자는 다르지만,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미 고위급 인사에게 한국 총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맹공을 퍼부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안위와 관련된 일조차 정쟁의 도구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실망감을 넘어 분노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 나 원내대표 머릿속에는 선거만 있고 국민과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경악할 일이다. 어떻게 한반도 평화보다 당리당략이 우선할 수 있는가”라며 “국가와 민족 앞에 통렬한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용현 이가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