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공조해온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내던지고 북한의 영구적인 핵 보유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에 중국이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순망치한: 북·중 관계 개선’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다시 밀착하는 북·중 관계를 근거로 제시하며 “중국이 핵을 보유한 북한과 함께 살기 위해 준비하는 징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실험으로 악화됐던 북·중 관계는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등을 계기로 과거의 견고한 위상을 되찾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북핵 불용’ 원칙에서 벗어나 북한의 영구적인 핵 보유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공조를 이끌었던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 작성자인 에번스 리비어(사진)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한이 앞으로도 핵보유국으로 남을 것이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관리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북아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도 부합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미국 역시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고 내다봤다. 리비어 전 차관보는 “비핵화를 고집하는 언급에도 불구하고 미국도 핵을 보유한 북한을 인정하고 북핵 해결보다는 관리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에 계속 의존하는 방식으로 대북 전략을 꾸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26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책 입안가들은 지난 20여년간 중국을 북한 문제에 끌여들여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북 정책을 꾸려왔다”며 “불편한 진실은 중국 정부가 (비핵화 압박에) 관심이 없으며 그렇게 한 적도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동북아 구도의 유지를 바라는 중국 입장에서 북한 비핵화는 세력 균형을 깨는 악수가 될 수 있어 이를 꺼린다는 얘기다.
더힐은 “상당수 미국 정치인들은 여전히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압박할 것이라는 환상에 집착하고 있다”며 “북·미가 관계 진전을 이루려면 대북 정책에서 중국은 해법의 일부가 아닌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