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지난해 울산경찰청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표적수사’ 문제성 여부를 파악하는 울산지검에 이 사건은 청와대로부터 하명이 내려온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지검은 경찰 수사 단초가 된 첩보에 “김 시장 혐의를 구성할 수 있는데 수사팀이 미진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을 파악하고 애초부터 경찰 등의 6·13 지방선거 개입을 의심, 첩보 출처를 확인하려 해 왔다. 울산지검은 경찰청에 김 전 시장 수사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 내용을 공문으로 요구했지만 경찰청은 끝내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지검 공안부(현 공공수사부)는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및 측근 비리 수사와 관련해 첩보의 신빙성, 생산 경위 확인을 위해 지난해부터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울산경찰청 수사 지휘 과정에서 “기존 수사팀의 김 시장 수사가 부진하다” “고소·고발과 관련해 김 시장 혐의를 구성할 수 있는데 수사가 미진하다”는 내용의 첩보가 단초였음을 확인했다. 이 첩보는 2017년 12월 29일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울산경찰청에 하달됐다.
검찰은 이런 경찰 첩보가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시장 후보였던 김 전 시장에 대한 낙선 목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관련자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경찰청을 상대로도 수사 첩보의 출처, 생산 경위 등을 묻는 여러 건의 공문을 보냈다. 이때 경찰청은 청와대에서 내려온 첩보에 따른 수사라고 회신했고, 검찰은 하명 수사라고 파악했다.
검찰은 경찰청의 이런 회신에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보고 내역 등을 다시 경찰청에 요구했다. 경찰청은 검찰에 일부 목록을 밝혔지만, 이 목록에는 경찰과 청와대 사이에 오간 수사보고 내역은 담겨 있지 않았다. 검찰은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청은 끝내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시장은 측근들의 경찰 수사 중 지방선거를 치렀고 낙선했다. 경찰의 기존 수사팀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 부임 이후 수사라인에서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선거 개입 수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조사했고, “해당 첩보는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으로부터 반부패비서관실에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 2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황 청장 수사 관련 기록을 넘겨받았다.
청와대는 하명 의혹에 대해 “지시한 바 없다”고 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청장이던 이철성 전 청장은 “통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주무 부서인 수사국이 첩보들을 검토하고 지방청에 하달했다”며 “개별 첩보마다 일일이 보고받지는 않았고, 이번에 논란이 된 울산경찰청 하달 첩보도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구승은 구자창 박세환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