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 등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3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월급 210만원 이하) 1인당 월 13만원을 사업자에게 지급한다. 정부가 지난해 최저임금을 16.4%나 올리면서 고용대란 조짐이 보이자 ‘종업원을 해고하지 말아 달라’며 사업주들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급조됐다. 2년간 약 6조원이 들어갔다. 첫해인 지난해에는 2조97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신청자 부족으로 4564억원이 집행되지 못하고 남았다. 최저임금이 10.4% 오른 올해도 정부는 2조8188억원을 책정했는데, 지난해와는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지난 1~10월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자 수가 324만명으로 정부의 예상(238만명)을 90만명이나 뛰어넘었다. 결국 정부는 27일 예비비 985억원을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의 예산수요 예측 실패로 국가비상금 성격인 예비비를 헐어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 관계자는 “홍보가 잘 돼서 신청이 늘었다”고 한다. 견강부회다. 경기 침체가 심해졌고, 안정자금을 더 풀기 위해 정부가 신청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 영향을 줬다. 사업주들이 눈먼 돈으로 여기는 등 모럴 해저드(기강해이)도 심각하다. 정부 조사에서 지난 1~7월에만 부정 수급 사례 9만5000건(335억원)이 적발됐다.
더 큰 문제는 생활이 더 어려운 대상은 지원자에서 빠져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목표 설정과 정책 효과가 매우 불투명하다. 종업원도 없이 가게를 꾸려가야 하는 자영업자나 사업에 실패해 문을 닫은 점주 등은 안정자금의 수혜 대상이 아니다. 일자리안정자금이 현상 유지를 하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사업주들만 지원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애초부터 일자리안정자금 대신 수급자의 소득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근로소득세액공제(EITC) 중심으로 대안을 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정부는 애초 1~2년만 하고 중단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일자리안정자금은 내년 예산안에도 2조1647억원이 배정됐다. 지급을 중단할 경우 자영업자나 영세 중기들의 반발도 클 것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일자리안정자금이 두고두고 부담이 되고 있다.
[사설] 첫 단추 잘못 끼운 일자리안정자금, 두고두고 문제다
입력 2019-11-28 04:03